판타지로도 아쉽고, 로맨스로도 아쉬운 - 가모가와 호루모 _ 스토리매니악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 잭표지는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할까? 모르긴 몰라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책표지를 보고 책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는데, 바로 이 책의 경우가 그렇다. 에니메이션 같은 그림 스타일에 홀딱 빠져서는 점찍어 두었던 책. 생각보다는 너무 늦게 읽긴 했지만, 기대가 꽤나 되었던 책이다.

이 책은 판타지 로맨스 장르의 소설이다. 교토대학에 갓 입학한 <아베>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호루모>라는 수수께끼의 경기에 아베가 발을 담그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년을 이어져 내려왔다는 호루모 경기는 요괴를 다루어 펼치는 대결로 판타지적인 설정이 들어있고,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재다. 호루모를 하는 동아리 모임에 갔다가 한 여학생에게 홀딱 빠진 아베가 엮어내는 로맨스도 적절히 들어가 있다. 전체적으로 이 두가지 요소가 맞물리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판타지와 로맨스라는 매력적인 요소가 들어있지만, 안타깝게도 어느 한쪽도 만족스럽진 않다. 요괴를 부려 대결을 펼친다는 호루모라는 요상한 경기는 충분히 구미를 당긴다. 교토라는 독특한 색깔을 내는 지역에서 펼쳐지는 천년을 이어온 요괴 대결, 대학생이라는 젊음만이 뿜어낼 수 있는 괴상한 열정들이 어우러져 호루모라는 소재를 한층 빛낸다. 하지만, 호루모를 보여주는데 있어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호루모를 배워가는 과정과 베일에 쌓인 호루모의 모습을 그려낸 부분은 그럴듯 했는데, 정작 호루모 대결을 하는 장면들이 싱거웠다. 글을 보며 머릿속으로 그 장면을 그려보는게 쉽지가 않을 정도로 묘사가 아쉽고, 박진감이 떨어졌다. 어찌보면 이야기 중에서 제일 팍~하고 터트려줘야 하는 부분인데, 밍숭맹숭한 느낌이 더 들어 입맛을 짭짭 다시게 된다.

아베가 엮어내는 로맨스도 뭔가 부족하다. 그녀의 코에 반한 아베, 머뭇거리다 아픔을 겪고, 뜻하지 않은 상황에 울분이 터지며, 살짝 자존심 싸움에 일도 벌인다. 아쉽게도 이런 일련의 과정이 너무 밋밋하다. 아주 일반적인 로맨스의 과정을 보는 것 같아서 기대감을 가지지 못했고 되려 답답함만 느꼈다. 로맨스의 결말도 너무 뻔했다. 엉뚱한 곳을 보다 결국엔 진정한 사랑을 알아보게 된다는,전형적인 삼각관계 구성, 아 이렇게 되겠구나가 예상되는 평범한 로맨스가 아니었나 싶다.

아쉬운 부분들은 많지만, 이야기 자체는 잘 읽히는 편이다. 경쾌한 문장에 나름 노력한 유머코드들(나한텐 잘 안 맞았다)이 적절히 들어가 있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은 각기 빛을 발하고 있다. 다만, 주요 캐릭터들 외에는 각자의 개성을 충분히 드러낼 만큼의 분량이 없어 아쉽긴 하다. 호루모의 시작에서 호루모의 최강자를 가리는 결말로 가는 과정은 적절히 읽힐 정도긴 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중간중간 슬쩍 맛만 보이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어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엔 나무랄데 없지만, 소재만큼이나 독특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기대하면 실망의 역습이 있지 않을까 싶다. 독특한 소재의 눈요기를 하고 싶거나 판타지와 로맨스의 조합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가볍게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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