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도서관에 들렀다. 들르지 못했던 시간만큼 보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았다. 즐겨찾는 문학 코너를 살짝 미뤄놓고 들른 인문학 코너에서 책 하나를 집어 올렸다. 책 수집에 대한 내용임을 알게해주는 책 제목 ’책 사냥꾼’. 책 커버에 쓰여진 작가의 소개로 책 내용을 대충 파악하고 과감히 get!

책은 작가의 책 수집 일생에 대해 시간의 흐름 순으로 구성되어있다. 책을 접하기 쉽지 않았던 시골마을에서의 유년기, 철도국 직원으로 일하며 책을 탐닉한 청년기, 철도국을 그만두고 런던으로 이주하면서 시작하는 본격적인 책 수집이야기, 그리고 미국 등을 거쳐 파리에 정착하기까지의 책 수집과 관련된 작가의 이야기다.

책 제목만 보고 작가의 책 수집에 대한 이야기, 다양한 사건 등을 상상했지만, 아쉽게도 그 보다는 부제인 ’어느 책중독자의 수다’가 더 책 내용에 더 어울린다. 따뜻한 벽난로 옆에서 오래된 원목의자에 앉아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랄까. 전체적으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 가는게 어쩌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실제로 시원시원 읽히는 편은 아니다.)

책에서 흥미를 끌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책수집이라는 소재가 아닌가 싶다. 책수집까지는 아니더라도 책 한권만 들고 있어도 뿌듯한 나로서는 어느 정도 대리만족이랄까. 원하는 책을 구하기 위해 안절부절하거나, 원하는 책을 찾았을 때 작가가 느꼈던 감정은, 썩소(?)를 날릴만큼은 되었다 충분히 동화되었다.

새로운 삶, 도전을 위해 세계의 여러 나라를 쉽게 이동하며 사는 작가의 모습. 대한민국이라는 좁은 나라로만 시야가 좁아져 있는 나에게는 참 부러운 모습이었다. 물론 그러한 다양성이 부족한 나라에 태어난 나로서는 이질감이 없지 않았지만.

책에는 작가들이 수집했던, 읽었던 여러 책들이 등장한다. 작가를 따라 하나하나 어떤 책인지 찾아보고 싶어진다. 본문 뒤에 부록으로 책 목록이 제공되나, 국내에서 구하기엔 쉽지 않을듯. 작가의 서재가 한없이 부러울 따름이다. 타고난 게으름으로 작가같은 수집은 엄두도 내지 못하니, 듣는 것만으로 만족해야지 뭐.

좀 더 작가의 개인사 보다 책과 수집에 대한 내용이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

스토리매니악, 책사냥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