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의 딜레마, 탄환이 심판하다 - 탄환의 심판 _ 스토리매니악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은 주인공의 존재감이 대단하다. 작가의 대표 캐릭터인 정의를 수호하는 형사 '해리 보슈', 날카로운 촉을 가진 신문기자 <잭 매커보이>, 속물적인 그리고 윤리적인 이중의 모습을 갖고 있는 변호사 <미키 할러>. 각각 '해리 보슈 시리즈', '시인 시리즈',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시리즈'에서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이 소설 <탄환의 심판>은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다른 시리즈에 비해 나온 작품이 적지만, 다른 시리즈에 비해 많은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미키 할러>가 존재감을 뽐내는 이 소설은, 돈과 윤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미키 할러>와 <해리 보슈>를 이어주는 비밀을 드러내는 소설이기도 하다. 미키 할러와 해리 보슈를 모두 볼 수 있음은 물론이고, 잭 매커보이까지 등장해준다.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정말 말 그대로 대박이다.

 

전편에서 있었던 사건의 후유증으로 몇 년 동안 변호사 일을 쉬었던 미키 할러. 다시 변호사 일을 하려던 시점에 동료로 일하던 <빈센트>가 살해 당했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빈센트가 맡고 있던 사건들을 고스란히 맡게 된 할러는, 그 중 영화제작사 대표로 아내와 정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월터 엘리엇>을 변호하게 된다. 이후 사건을 조사하는 해리 보슈와 만나고, 변호를 진행할 수록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전개가 이어진다.

 

'심판'이란 글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인공 미키 할러는 전편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돈과 윤리적인 딜레마 사이에서 고민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변호사의 일이 주는 특성상 상반되는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은 당연하다. 작가는 어떤 면에서는 속물로만 보이는 주인공을 윤리의 딜레마 속으로 밀어 넣음으로써 갈등을 만들어낸다. 그 과정을 통해 '심판'에 이르게 되고, 갈등의 해소로 심판이 사용된다. 돈과 윤리적 딜레마를 일거에 해결하는 절묘한 키워드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시리즈는 그 딜레마에서 줄타기 하는 주인공을 보는 재미가 있다. 전편에서도 그런 면이 많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 갈등이 더 구체화 된 느낌이다. 미키 할러라는 캐릭터도 한층 뚜렷해졌고, 주변 인물들의 역할도 제대로 자리 잡은 듯 하다. 거기에 해리 보슈와의 부딪힘, 잭 매커보이라는 양념은 덤이다.

 

또 하나 즐거운 점은, 법정 스릴러의 재미 또한 느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존 그리샴>의 작품과 비교해 본다면 좋을 듯 하다. 법정에서의 공방이나 긴장감 넘치는 대사는 존 그리샴의 작품에 미치지 못하지만, 대신에 법정을 벗어나 벌이는 수사의 와일드함이 살아 있다. 크라임 스릴러에 법정 스릴러의 액기스만을 쏙 빼다 더한 듯한 느낌이라면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자체로도 너무나 재미있는 소설이다. 거기에 미키 할러와 해리 보슈의 관계에 대한 설정이 드러나 보는 맛을 더하고 있다. 각자의 캐릭터가 갖고 있는 존재감만도 엄청난데, 서로의 관계를 모른 채 이야기 속에서 부딪는 두 캐릭터에 대한 설정은 긴장감이 넘친다. 생각보다 해리 보슈의 분량이 많아 놀랐는데, 결말부에 드러나는 둘의 관계를 위한 치밀한 설정임을 새삼 이해하게 됐다. 작가의 시리즈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둘의 관계가 드러나는 장면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작가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 늘 하는 말이지만, 캐릭터가 보여 주는 힘과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몰입도와 크라임 스릴러가 선사하는 즐거움이 있는 소설이다. 어느 하나 모자람 없이 매끈한 균형을 유지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몰아친다. 작가의 주요 캐릭터가 모두 등장한다는 볼거리까지 풍성하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절대 놓치면 안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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