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소녀의 만화 같은 폭주 통일기 - 제철천사 _ 스토리매니악 

 

질풍노도의 시기, 우리 아이들이 다루기 어려워지는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어른들은 이렇게 부른다. 나 같은 경우는 질풍은 고사하고 살랑살랑 봄바람처럼 지나간 시기라, 그 말이 그닥 사무치게 와닿지는 않는다. 다만, 요즘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섬뜩한 청소년들의 비행 소식에는 과연 '질풍'이네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여기 이 책 <제철천사>를 보면, 질풍을 넘어 광풍의 시기를 보내는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소녀의 심리 묘사에 탁월함을 지녔다는 작가의 책이라 기대도 많았다. 줄거리와 책소개를 보고는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막상 이야기를 읽어 보니, 우와~ 이거 그냥 평범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 소설은 '아카미도리마메 제철소'의 딸, '불량공주 아즈키'라 불리는 소녀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다. 한밤의 하이웨이를 귀신 같은 형상으로 달리는 폭주족 아즈키가, 자유자재로 철제 무기를 휘두르며 '추고쿠' 지방의 폭주족들을 싸그리 굴복시키고, 그 지방 제일의 폭주족으로  올라서는 이야기가 전체적인 줄거리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이 소설을 단순한 성장소설로 읽어서는 무리가 있다. 만약 그렇게 접근한다면, 등줄기 아래서부터 올라와 뒷목을 강타하고 머리 꼭지를 강타하는 충격을 맛보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다. 불량한 길로 빠져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켜가는 아즈키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가, 피를 철철 흘리며 분출하는 청춘을 발산하는 아즈키의 거침없는 이야기에 흠칫 놀랐다.

 

이 책의 끄트머리에 실린 역자의 이야기를 보고 알았지만, 일종의 만화를 소설로 옮긴 것이 이 작품이라 한다. 만화를 본적이 없어 정확한 이야기는 못하겠지만, 이 말을 읽으니 대략 소설의 설정과 전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해 이 소설은 만화를 보듯이 읽으면 좋을 소설이다. 만화의 허구성 가득한 설정이나 하나의 키워드를 주제 삼아 전개하는 방식 등을 소설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철제 무기를 자유자재로 변환 시킨다던지, 생명이 깃든 듯한 오토바이라던지, 미친듯한 전투 솜씨 등은 만화적 상상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다. 이러한 설정을 바탕으로 추고쿠 지방 폭주족 통일이라는 키워드를 두고 미친 듯이 전진하는 아즈키와 그녀가 이끄는 '제철천사'라는 폭주족의 이야기라 보면 되겠다.

 

소설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생각보다 아즈키의 성장 코드가 미약했다는 점과, 만화적인 설정을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이야기로 읽기에는 그 맛이 좀 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만화적인 설정을 이야기로 이해하는 부분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난데없이 철을 부리고 휙휙 날아다니는 설정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서도 말로만 보이는 캐릭터들의 묘사는 선뜻 이미지로 그려지지가 않았다. 만약 만화를 보고 소설을 보았다면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반대가 되다 보니 아주 저차원적 이미지만 그려지고 충분히 그 액션성을 느껴보기에는 모자란 감이 있었다.

 

문장 자체만을 즐긴다면 크게 아쉽지는 않겠지만,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의 전개에만 중점을 둔 구성이 심심하기도 했다. 결말이 쉽게 그려지고, 비슷한 정복기가 이어지다 보니 그런 느낌이 더했던 듯 하다. 그렇긴 해도 역시 화려한 액션으로 종횡무진 활약해 가는 주인공들을 보는 재미가 있긴 하다. 특히 국도 4649호선을 빠라바라밤 거리며 질주는 폭주의 쾌감은 읽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문장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만화 보듯 읽어나가면 좋을 듯한 소설이다. 하이웨이를 질주하는 소녀 집단을 따라가면서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즐기면 된다. 이런 류의 만화나 소설이 취향이 아닌 이들에게는 고역이 될 듯 하지만, 평소 이런 류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나름 재미나게 읽힐 수 있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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