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문화와 즐거움으로 배가 든든해지다 - 미식견문록 _ 스토리매니악

언제부턴가 '맛있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음식이란 단지 허기를 면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음식마다 갖고 있는 다양한 맛을 즐기려고 하고 있으니 대단한 발전이다. 선천적으로 덜 발달 된 미각으로 인해 장금이처럼 홍시 맛을 구별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젠 맛있다, 맛없다 정도는 구별할 수 있는 지경이다.

 

내 경우는 그러한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맛집 블로거처럼 적극적으로 맛을 찾아나서는 대신에 책으로 뻗어 나갔다. 단순히 요리법을 열거한 책 보다는, 음식에 얽힌 문화사나 관련 이야기들을 담은 책들을 통해, 음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먹어 치우고 있다.

 

이 책 <미식 견문록>은 내가 먹어 음식 관련 책 중에서도, 유난히 맛깔 나는 책이다. 유명 에세이스트면서, 러시아어 일류급 동시 통역사고,소설을 쓴 소설가면서, 책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 독서가이기도 한 <요네하라 마리>는 자신의 맛보고 들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37편에 나누어 들려준다. 저자는 음식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녹여 내고, 동서고금의 이야깃거리와 문화사를 첨가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한 없이 편하고 여유 부리며 읽어 나갈 수 있었다. 막 나온 요리를 한 입 푹 떠서 먹고 음미하듯, 저자의 이야기를 즐겨나갔다. 저자 특유의 새침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장과 울트라 독서가다운 지식의 곁들임은, 즐거움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준다.

 

보통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면, 이야기가 협소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정한 주제의 다른 요리들을 언급할 뿐이라 다양성은 있어도 다채롭지는 못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저자의 이 책은 그 이야기가 다채롭다. 저자가 어려서부터 경험한 다양한 문화와 음식들로 인해 이야기가 참 풍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런저런 지식들이 덧붙여지니 그 느낌은 배가 되고, 답답한 느낌이 없어 이 음식 저 음식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향연에 빠져든다.

 

단순히 음식에 대한 에피소드의 모음이라고 정리하기엔 부족하다. 음식에 담긴 역사와 문화, 시대의 풍경들을 아우르며, 음식을 통해 또 다른 이해를 구하고 있는 듯 하다. 내용 중에서는 특히 러시아 음식 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즐거웠다. 저자가 러시아 통이라 그런지 그쪽의 문화를 깊게 이해하고 쓴 이야기들에 관심이 많이 간다. 음식을 통해 러시아의 유명 인사들을 평가한다든지, 보드카가 러시아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들려주는 대목들이 특히 그랬다. 음식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발상이 재미났다.

 

그 나라의 음식이 그 나라의 사람들을 대변해 준다는 걸 새삼 깨닫게 했던 책이었다. 음식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는 책보다 재미도 있었고, 이것저것 알아가는 즐거움이 많았던 책이다. <요네하라 마리>라는 걸출한 이야기꾼의 이야기가 궁금하거나, 음식과 문화에 얽힌 이야기를 읽어 보고 싶었던 독자라면, 이 책이 충분한 만족을 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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