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비치에 울리는 영혼들의 이야기 - 소울 비치 _ 스토리매니악

보통 영어덜트 소설, 판타지 소설, 판타지로맨스 소설로 불리는 소설에는 약간의 편견이 따라 붙게 마련이다. 재미에만 치중해 주제의식도 없고, 완성도도 약하고, 짜임새도 떨어지고, 무게감도 없는 팔랑팔랑 이야기라는 편견 말이다. 내가 본 몇 권의 책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간혹 열거한 모두를 갖고 있는 책도 있긴 하지만..

 

이 책은 바로 그 모두를 갖고 있는 소설 중의 한 권이라 말하고 싶다. 총 3부작으로 이어질 <소울 비치>의 첫 번째 작품인 이 소설은 판타지 소설답지 않은 완성도에 더해 재미까지 잡고 있다.

 

소설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스타였던 언니가 갑작스레 죽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언니의 장례식 날 이상한 메일이 도착하고, <앨리스> 그 메일을 통해 '소울 비치'라는 가상 사이트에 접속하게 된다. 그곳은 놀랍게도 영혼들이 머무는 곳으로, 앨리스는 그곳에서 죽은 언니인 <메기>를 만나게 된다. 낙원과도 같은 그곳에서 언니와 이야기하고, 언니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며 점차 그곳에 빠져드는 앨리스는, 사람들의 죽음에 의문을 품게 되고, 이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가 대략적인 전개다.

 

우정, 사랑, 이성에 대해 한참 고민할 시기인 평범한 16살 소녀 앨리스의 시점을 통해 이야기는 전개 된다. 갑작스레 언니가 살해 당하고, 그 충격에서 흔들리는 앨리스에게 나타난 가상의 세계 '소울 비치'는 미스터리와 삶에 대한 고민, 죽음에 대한 의문을 선사한다. 상처 받은 영혼들을 보며 진정한 삶의 가치를 알아가는 성장 코드를 통해 앨리스의 변모도 이야기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캐릭터 설정이 기막히다. 소녀의 감성으로 보는 일련의 사건들과, 그 시점의 청소년들의 세계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과 고민들을 잘 엮어 냈다.청소년기의 아이들을 그려 내며 자칫 빠지기 쉬운 작위적인 설정의 늪을 잘 피해갔다는 생각이 든다. 소녀의 변화 무쌍한 감정을 잘 보여주는 앨리스를 비롯해,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모두 확연한 개성을 보이고 있어, 전체적으로 어우러지는 맛도 있다. 설정을 통해 캐릭터들이 어떤 모습들을 보여주는지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배경적인 설정도 독특하다. 인터넷 안의 가상 세계라는 요즘 세대들이 한껏 공감할 만한 배경이다. 현실은 현실대로 진짜 같은 맛이 있고, 가상 세계인 소울 비치는 가상 세계이지만 진짜 같은 맛이 있다. 나름 조사에 충실했는지, 딱히 흠잡을 만한 설정이 없어,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판타지스런 이야기에 한껏 몰입해서 읽었다.

 

여타 비슷한 류의 소설에서 보이는 눈살 찌푸리게 하는 여주인공의 변덕도 없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기 급급해 보이는 작위적인 설정도 없어 좋았다. 또, 연작 소설답게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한껏 부풀리는 줄거리도 즐겁다. 특히 후반부에 보이는 앨리스가 영혼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장면은 앞으로 나올 다음 편에 대한 기대를 한층 더하게 한다. 앨리스가 언니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지, 다른 영혼들의 의문을 풀어줄지, 갑작스레 빠지게 된 사랑은 어떻게 전개되고 결말을 맺을지 궁금하게 한다.

 

느낌이 좋은 소설이다. 3부작이라는데 다음 편도 또 다음 편도 꼭 볼 생각이다. 오랜만에 재미난 판타지 장르의 소설을 만나 것 같다. 소울 비치에서 일어나는 영혼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이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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