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행복이라는 앞면과 상처라는 뒷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늘 행복만 있는 사랑도 없고, 늘 상처만 있는 사랑도 없다. 뱅글뱅글 앞면과 뒷면이 돌아가며 우리의 삶에 상반된 사랑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는 행복한 사랑을 꿈꾸지만 이내 상처로만 얼룩진 사랑을 안게 되는 남녀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소설은 돈이라는 현실적인 물질에 길들여진 차가운 남자 <장우>와 가난이라는 현실 속에서 진짜 사랑이라는 생각으로 일탈을 하는 <수진>이 주인공이다. 우연한 기회에 재회한 이들은 욕망에 젖어 불륜이라는 이름의 연애를 시작한다. 욕망으로 시작한 이들의 연애는 파열음을 내고, 이내 상처만을 남긴다. 여기에 비열한 삶을 사는 장우의 처남 <두영>과 허영과 욕망으로 가득찬 사랑의 기회를 노리는 <연숙>이 장우와 얽혀들고, 이내 또 다른 욕망의 사랑을 만들고 상처를 남기는 이야기가 대략적인 줄거리다.

줄거리 자체를 심플하게 적기가 어려울 정도로 다중적인 관계와 여러 연애의 모습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그들의 관계 속에 진행되는 이야기를 간단히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이들이 엮어내는 뚜렷한 이야기 중의 하나는 바로 욕망이다.

장우가 수진에게 품는 욕망, 수진이 장우를 통해 꿈꾸는 욕망, 연숙이 장우를 통해 이루려는 욕망, 두영이 연숙에게 얻으려는 욕망, 이러한 욕망들이 얽혀 이야기에 끈적한 자취를 남긴다. 이런 욕망은 은밀한 연애를 통해 구체화 되고, 그 연애의 끝은 욕망의 말로가 으레 그렇듯 비참한 파열로 끝난다.

이야기 전반에 깔린,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이러한 욕망들의 이야기가 적잖이 어려웠다. 분명 우리 사회 어디선가는 은밀히 일어나고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에 되려 부정하고 싶은 감정이 앞서는게 사실이다. 작가가 들려주는 그네들의 이야기는 참혹하다. 끝이 예정 되어 있는 연애의 시작, 그리고 그 연애의 끝을 보는 심정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네들이 하는 연애는 분명 불편하지만, 각자의 인물이 안고 있는 상처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 무언가를 잃어 버려, 그 허전한 공간을 채우고 상처를 치유하려는 모습들, 조금이나마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참 아렸다.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더 친밀하게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이러한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일탈의 모습으로 표출되는 아픔들을 보는 심정은 꽤나 서글펐다.

이런 감정적인 면 뿐만 아니라, 물질적인 것이 인간관계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이야기 속에 생생히 드러난다. 물질이 주는 권력 속에서 아내에게 수진에게 상처를 주는 장우의 모습, 장우와의 사랑 뿐 아니라 장우가 건네주는 물질의 안락함에 길들여지는 수진의 모습,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물질의 욕구를 위해 몸을 던지는 연숙의 모습, 물질이 주는 허세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두영의 모습, 가지지 못한 자로서 물질에 쓰러져 가는 상곤의 모습들에서, 저자가 말하는 인간관계 속의 물질이라는 또 하나의 주제가 여실히 모습을 드러낸다.

곰곰히 생각하면 이러한 메시지들을 볼 수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쉽게 따라가다 보면 자칫 단순한 불륜의 이야기로만 비칠 수도 있을 것 같다. 교차되는 불륜과 불륜의 이야기, 욕망과 욕망의 이야기는, 잘 읽히기는 하지만 행간의 의미를 읽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았나도 생각해 보게 된다.

불륜과 실직 그리고 가정의 붕괴라는 우리 사회의 이슈를 소재로 삼아, 물질적인 욕망과 쾌락에 빠져들어 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잘 담아 놓은 소설 같다. 너무 깊게 몰입하거나 혹은 살짝 훑고 지나가지 않는, 나름의 적절한 선을 유지하며 진행된 이야기가 나름 괜찮았다. 소설을 보며 어느 부분을 눈여겨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등장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한 부분을 보며 또 하나 깨닫게 되는, 그런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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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는날, 최인석, 문예중앙, 스토리매니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