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생활이란 말이 생소했다. 생소했지만 상당히 끌렸다. 그래서인지 다른 책보다 눈에 힘 팍주고 책을 읽었다. 책을 덮고 나서는 살짝 씁쓸한 미소도 짓게 되고, 한편으로 저자가 부럽기도 한 복잡미묘한 심정이다.

저자는 우선 지적생활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까다롭기는 하지만, 대략 지적 만족감을 느끼며 지식의 축적과 배움의 생활화를 실천하는 삶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 하다. 저자는 이는 본능과도 같은 것이며, 결국 <나>를 완성해 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그런 지적생활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들을 나머지 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지적생활을 위한 공간의 중요성을 말하고, 지적생산을 위한 수단을 이야기하고, 그 밖에 지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실현 지침들을 알려준다. 저자 자신의 경험과 지적생활을 실천했던 인물들의 예를 통해 이 부분을 설명하는데, 꽤나 재미나다. 어떤 부분에서는 꼭 실천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있었고,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머리가 갸우뚱 하게 만는 것도 있었지만, 지적생활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책을 가까이 하고, 배움에 힘쓰고, 나를 발전시키는 지적생활을 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에는 상당히 공감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저자만의 아집으로 인해 강요되는 부분이 적잖이 보인다. 마치 이것을 하지 않으면 잘못됐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내용이 보여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내용이 조금 낡아 보이고, 현대인의 삶과는 조금 동떨어진 듯 한 내용도 보인다. 이는 20여년전 출간한 책으로 인한 부분일 수도 있고, 저자가 너무 한 부분에만 힘을 주어 주장한 결과인 듯도 하다.

글의 겉만을 본다면 이런 부분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저자가 진짜 말하려는 속내를 들여다 보면 진정 배울 부분이 많다. 지적욕구를 채우기 위해, 지식을 쌓고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내기 위해, 내 자신을 들여다보며 수양을 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방법들이 언급되어 있다. 그 내용을 보며 정말 따라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지적 생활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던가, 책을 구입한다던가, 그 책을 통해 책을 쓴다든가하는, 평소에도 해보고 싶었던 내용들을 저자가 힘주어 말하니 반드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모든 사람들이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지적생활만을 위한 생활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나 또한 지적생활을 위해 모든걸 걸 용기는 없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지적생활을 위한 윈칙들과 마음가짐, 실천사항들의 일부는 충분히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마지막장에 실린 <월터 스콧>, <데이비드 흄>, <길버트 해머튼>의 삶을 보며 적잖이 반성을 하게 된다. 지적생활을 위한 안내서가 필요하다면, 이 책이 적절해 보인다. 저자의 안내에 따라 지적 풍요를 위한 길을 조금씩 따라가 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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