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보울러>라는 작가와는 첫만남이다. 작가의 책에 대해서 듣기는 많이 들었지만, 듣는 것과 실제 본 느낌은 조금 다른 것도 같다. 청소년 시기의 불안정한 모습을 그리면서도 어른들의 세계를 비판하는 듯한 이야기가, 판타지스러운 설정들과 어우러져 독특한 느낌을 내는 소설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은 <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윌은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살아나지만 모든 기억을 잃는다. 집으로 돌아온 윌은 마을에 병이 들었다고 느끼며, 계속되는 환영들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상한 환상을 보는 윌의 말을 누구도 믿지 않으려 하며 미친소년이라고 취급해 버린다. 하지만, 환영은 더욱 심해져 가고, 자신이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한다. 점점 심해지는 환영과 함께 조금씩 사고 이전에 접근했던 마을의 추악한 비밀에 다가간다는 이야기가 전체적인 줄거리다.

이 소설은 심리 스릴러다. 초반의 내용을 보면서는 성장소설인가 싶을 정도로 정체 파악이 힘들었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윌이 보는 환영, 그 환영에 숨어 있는 메시지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심리 스릴러의 분위기를 띤다. 그 스릴러적인 분위기가 독특하다. 윌의 행동과 생각, 끝없는 의문을 통해 긴장감이 조성되는 구성이다. 윌의 환영이 심해질 수록 음울한 그림자가 짙어지며, 뭔가 큰 사건이 뒤에 도사리고 있을것만 같은 긴장이 인상적이었다.

마을에 도사리고 있는 추악한 비밀이 결말 부분까지 유지되면서 극적 긴장이 더해지는 감도 있다. 그 비밀에 접근하지만 실체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윌의 위험한 처지에 동화되고 그의 두려움, 답답함 같은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거기에 저자가 묘사하는 윌의 환상은 스산한 분위기를 엮어 내며 긴장감에 부채질을 한다.

이 판타지적인 설정과 묘사가 소설의 분위기에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윌의 혼란스런 심정을 대변하는데 큰 몫을 하고, 더불어 자신의 환영을 미친소년이 보는 헛것으로 치부해버리는데서 오는 답답한 감정을 또렷이 느끼게 해준다. 이는 십대로 지칭되는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세계에 대한 고민을 단순한 것으로 생각해 버리는 어른들을 비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의 결말을 보면 이런 느낌이 한층 강해지는데, 결국은 잔인하고 추악한 모습을 보이는 어른들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상처받은 십대들의 모습이, 보호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 주지 못하는 편견에 가득찬 어른들을 돌아보게 한다.

음울한 분위기로 이어지긴 하지만,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움과 반짝반짝 빛나는 마음들을 보게 된다. 그 아름다움들을 둘러싼 잔인한 기운들이 소설에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아름다우면서도 잔혹한 소설이다.

초반의 모호함을 잘 넘길 수 있다면, 후반으로 갈 수록 심리 스릴러로서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작가만의 매혹적인 문장과 마을을 둘러싼 비밀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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