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메이션의 한 장면과 같은 표지에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안에 담긴 이야기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주인공의 시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비현실인지를 알아챌 수 없을 만큼 꽤 난해했다.

이야기는 만화가 <아쓰미>가 중심이 되어 진행된다. 아쓰미는 자살 시도로 식물인간이 된 동생 <고이치>와 SC 인터페이스라는 신기술을 이용해 대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고이치는 기묘한 이야기와 행동을 보여줄 뿐, 자살을 시도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 동생과의 대화를 시도하면서 아쓰미는 점점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체험을 하게 된다. 급기야는 일상 속에서도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구분이 안가는 지경에 이른다. 그 와중에 점점 자신이 생각지 못한 진실에 다가간다는 이야기가 대략적인 줄거리다.

이 소설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작이다. 때문에,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덤볐다. 하지만, 이 소설은 언뜻보면 미스터리 소설이라기엔 참 애매한 부분이 있다. 보통의 미스터리에서 등장하는 사건, 트릭 같은 것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뭐가 미스터리인가라는 생각을 할 만큼이다.

하지만, 책을 덮고 곰곰히, 정말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 책은 이야기 자체가 커다란 하나의 미스터리란 생각이 든다. 아쓰미의 현실과 비현실의 혼란, 그 안에서 벌어지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 그런 것들이 소설 자체를 미스터리로 만드는 듯 하다. 그리고, 결말엔 그 궁금증들이 해소되면서, 결국 사건 - 의문 - 해결이라는 미스터리적인 구성을 갖는다.

아쓰미가 겪는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한 줄타기는 그런 미스터리적인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처음의 아쓰미의 일상은 분명 현실의 모습을 띤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어릴적 기억과 고이치의 환상이 겹쳐지며 점점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이 모호해지기 시작하는데, 여기서 아쓰미의 시점으로 생각해 보면 적잖은 두려움내지는 공포를 느낄만 하다. 내용에서 자주 언급되는 호접몽의 이야기처럼 지금의 내가 현실인지 아니면 비현실의 나인지에 의문을 품으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해준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서 하나 둘 드러나는 이야기들은 꽤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배경적인 부분이나 모호한 상태에서 만나는 캐릭터들이 그런 느낌을 부채질 한다. 그런 몽환적인 느낌 속에서 대체 뭐가 뭔지 상당히 골머리가 아플 쯤에 반전이 드러난다. 그 반전에 놀랐다고는 못하겠다.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반전이었으니까 말이다. 다만, 그 반전에서 서글픔 같은 감정이 느껴진다. 보통 미스터리물에서 반전이 주는 충격이나 놀람, 통쾌함이 아닌 감정적인 울림을 주는 반전이 꽤 인상적이다.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바를 명확히 짚어내기가 상당히 어렵다. 뭘까, 뭘까 하며 읽다가 끝맺음 된 느낌이라 찝찝한 기분도 남았다. 섬세하고 감정적인 새로운 형태의 미스터리물을 만난 정도로 만족해야지 싶다. 분명, 일반적인 미스터리 소설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크게 실망할 법한 책이다.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감정적인 울림을 느끼는 소설 정도로 읽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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