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토속적인 분위기가 들어 있는 미스터리 소설을 보면 그 흡입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작가들의 역량일 수도 있겠지만, 일본의 토속적인 이야기 자체가 주는 끌림이 있는 것 같다. 이 책 <산마처럼 비웃는 것>이 바로 그렇다. 일본의 토속적인 이야기가 주는 재미가 한껏 들어 있는 소설이다.

이야기는 <고키 노부요시>의 체험담이 담긴 글로 시작한다. 이는 하도 촌락에 대대로 내려오는 성인 참배 의식을 수행하면서 자신이 겪었던 기묘한 이야기를 옮겨 놓은 글이다. 소설가이자 기담을 쫓아다니는 <도조 겐야>는 그 이야기에 담긴 일가 증발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구마도에 도착한다. 그가 도착하자마자 흉산인 부름산의 외딴 집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곧이어 전해져 오는 여섯 지장 동요에 맞춘 살인이 연이어 일어난다. 이후 도조 겐야가 외딴 집의 밀실 살인과 연쇄 살인의 진범을 찾아가는 과정이 전체적인 줄거리다.

소설의 분위기가 꽤 으스스하다. 미스터리라는 큰 틀안에 토속적인 괴담과 호러가 융합되어 참으로 괴이한 느낌을 자아낸다. 민속학적 괴담을 충분히 활용하는 범인과, 그 범인에 의해 자행되는 연이은 살인이 꽤나 오싹하다. 전해오는 괴담을 설명하거나, 산 속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분위기를 묘사할 때면 그런 오싹함이 더해지는데, 가슴을 쪼여오는 듯이 실감이 난다. 전체적인 이야기에 꾸준히 이런 오싹함을 유지하는 소설도 참 오랜만인 듯 하다.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이야기가 전개 되는데, 그 짜임새가 탄탄하다. 도조 겐야라는 소설가를 중심으로 그가 문제 해결을 위해 여기저기 다니며 엮어내는 이야기들에 충분히 몰입할 만큼의 재미를 준다. 생각해보면 꽤 한정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인데도, 뒤로 갈 수록 스케일이 커지는 느낌이 들 정도다. 거기에 미스터리의 재미를 한껏 더해주는 다양한 트릭들이 얽혀 들면서 이야기가 한층 미궁으로 빠져들어가니 미스터리의 진수를 맘껏 느끼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다채로운 느낌의 소설이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을 보는 듯한 사건 전개와 풀이 방식, <교고쿠 나쓰히코>의 소설을 보는 듯한 호러스러움과 토속적인 두려움, <우타노 쇼고>나 <오리하라 이치>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정신없는 반전 등등, 이 소설 속에서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어설프게 엮어 놓으면 참 맥빠지는 미스터리 소설이 되었을텐데, 적당한 어우러짐을 통해 나름의 독특한 맛을 내는 소설이 된 듯 하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이 불러오는 추악한 범죄이지만, 그것이 흉산을 둘러싼 마을의 미스터리로 발전하면서 다양한 맛을 내는게 아닌가 싶다. 차근차근 수수께끼에 접근해 가는 본격 미스터리의 재미를 볼 수도 있었고, 거듭되는 반전에 당황스런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결말에 대한 호불호는 나뉠 수 있어도, 전체적인 소설로서의 재미는 미스터리 팬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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