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들려오는 UFO에 대한 기사들, 근래에는 그 기사가 더 잦아진 듯도 하다. 문명과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UFO를 선두로 한 외계인에 대한 관심들이 많아지고, 조금은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면도 있는 것 같다. SF소설을 보면 그러한 외계의 생명체에 대한 독특한 시선들이 있기 마련이다. 작가마다 다른 상상력, 묘사력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해주곤 하는데, 이 책 <초키>에서도 작가만의 시선으로 본 외계 생명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야기는 한 가정의 가장인 <데이비드>의 시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데이비드는 언제부턴가 아들 <매튜>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열한 살 아이답지 않은 질문들을 하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한다. 아내 <메리>와 함께 단지 공상 속 친구를 만들어낸 것 뿐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점점 아이의 상태를 의심하게 된다. 급기야는 못하던 수영을 능숙하게 해서 동생을 구하고, 이진법이며 지구에 대한 이야기, 못 그리던 그림을 천재 화가처럼 그려내는 기이한 일들이 일어난다. 정신과의사를 통해 진단도 받아 보았지만, 정신상태의 문제가 아닌 뭔가 기이한 존재가 있음을 의식하게 된다는 것이 대략적인 줄거리다.

SF소설에서 기대하게 되는 기괴한 상상력의 묘사나 기술의 한계를 초월한 장치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담담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매튜가 벌이는 기묘한 일들에 대한 부모의 걱정을 담은 이야기가 전반부에 등장하고, 그 기묘함의 정체를 탐구하며 흐르는 중반부의 이야기를 지나, 매튜의 기이함을 설명해주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후반부에 펼쳐진다.

초중반부는 SF소설이라기 보다는 가족소설에 가깝다. 아들의 상태를 걱정하는 부부와 그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벌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런면을 볼 수 있다. 책의 말미에 가면 이해가 되지만, 그러한 일련의 이야기들이, 미지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그 존재가 말하려는 메시지를 돋보이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야기가 흘러가는 내내, <뭔가 있다>, <그 진실이 뭘까>라는 궁금증을 달게 한다. 어렴풋이 그 존재를 추측하면서도 명확히 짚어 내지 못하는 상태로 결말을 맞이하면, 그간의 매튜에게 일어난 일들이 설명이 되며 그 존재가 하려던 것들이 묘한 여운을 주며 파고드는 것이다.

그 존재는 간단히 말해 외계인이다. 후반부의 결말에 이르면 SF소설 느낌이 물씬 나는데, 이 외계인의 존재, 그 존재를 통해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찐한 SF를 느끼게 해준다. 우리가 두려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바라기도 하는 외계인과의 조우, 그 조우를 통해 소설의 말미를 장식하고 있다.

크게 대단하다거나, 엄청난 상상력이라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결말이 내겐 상당히 인상 깊었다. 외계 지성의 눈으로 본 지구와 인간과 문명에 대한 묘사나, 같은 우주를 살아가는 공동의 지성체로 인류를 보는 외계인의 시선이 그랬다. 특히 같은 지성체를 도와야 한다는 외계인의 말이 적잖은 울림을 주었다. 보통 외계인을 두려운 존재로 보는데, 외계인이 우리를 그런 시선으로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신선했다. 내가 알고 있기로 작가는 침략을 테마로 한, 외계인과 지구인의 싸움에 대한 작품이 많은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면에서도 꽤나 다른 작품으로 보인다.

<초키>라는 외계인의 존재를 특정한 실체로 정의하지 않는다는 점도 재미있다. 특정한 형체로 묘사하지 않은 점에 대해, 상상력의 부재인지, 무한상상을 위한 장치인지를 고민해봤는데, 후자쪽이 맞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묘사할 수 없는 정신적인 존재로 정의함으로써 되려 이질감 없이 그 존재를 느끼게 되는게 아닌가도 싶고 말이다.

SF소설치고는 화려한 맛이 없지만, 또 다른 잔잔한 매력이 있는 소설이었지 싶다. 거의 40여년 전에 출간된 소설치고는, 투박한 면도 그리 많지 않고 잘 읽히는 소설이었다. 초키라는 미지의 존재가 이야기하는 지구의 모습, 그리고 지구를 위해 전하려는 메시지가 궁금하다면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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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키, 존윈덤, 북폴리오, 스토리매니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