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엔 의외로 동화를 본 기억이 많지 않다. 커서도 새삼스레 펼쳐 볼 기회는 없었는데, 요즘은 어른 동화라고 그래서, 묘한 틈새를 비집고 나온 책들이 있다. 동화라고 그래서 유아틱한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니고, 어떤 기승전결의 묘미도 없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사색을 가능케 해준다.

이 책 <울지 말고 꽃을 보라>도 그런 어른을 위한 동화다. 책소개에는 인생동화라고 되어 있다. 그야말로 인생의 여러 이야기들을 옮겨 놓은 듯한 책이다. 이 책은 새로이 저자가 묶은 책이 아니고, 기존에 출간 되었던 3종 4권의 작품집에서 지금 시대의 사람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 102편을 선별하여 엮은 책이다. 

이야기 하나는 그리 길지 않다. 아주 짧은 편에 속하는 이야기들이다.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제대로 그 의미를 이해하기에 아쉬운 구조를 가진 것도 있고, 짧지만 나름의 형식을 갖춘 것도 있다. 그 하나하나를 보다 보면 언뜻 그 안에 담긴 뜻이 확 와닿지 않는 경우도 있다. 조금은 추상적이고, 조금은 아리송한 경우도 있다. 그 추상적인 것 속에, 그리고 아리송한 부분이 바로 읽는이의 생각으로 채워야 하는 부분이다.

한 편의 동화에는 우리 삶의 한 부분들이 담겨 있다. 나와 사람들의 관계, 혹은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 같은 것들이다. 그 안에는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인생들 그리고 삶의 모습이 있다. 저자의 눈을 통해 본 삶의 모습이긴 하지만, 지금의 나의 모습도 간간히 비치는게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가장 큰 감정이라면, 참 따뜻한 이야기들이라는 것이다. 예전에 읽었던 톨스토이의 단편에 실린 주인공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등장하는 사람, 짐승, 나무, 풀 등이 엮어 내는 이야기는 결국 <사랑>이라는 귀한 단어와 어울려 읽는이에게 온기를 느끼게 해준다.

그런 느낌을 더한데는 책의 여기저기에 실린 박항률 화백의 그림도 한 몫 한다. 내가 그림을 잘 볼 줄은 모르지만, 부드러운 느낌의 그림들이 글의 내용과 어우러져 내용이 주는 울림에, 울림을 더한다. 가끔 글과 더불어 실린 그림들이 내용에 대한 이미지를 망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그런 경우 없이 글의 내용을 더 깊게 해주는 듯 하다.

누구든, 자신의 삶에 여운을 가지지 않은 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팍팍한 삶 때문에, 그 여운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갖지 못할 뿐이다. 이 책을 본다면 그런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인생에 대한 여운을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딱 그런 부분에 어울릴 만한 인생에 대한 동화가 실려 있으니 말이다.

다만, 이야기가 꽤 함축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충분히 풀어 놓지 않았기에, 읽으면서 꽤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때문에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재미를 원한다면 적절치 않은 책이다. 하나하나의 동화를 읽으며 자신만의 생각을 더할 수 있는 이들에게 적절해 보이는 책이라 생각된다.

책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이 찬바람 불기 시작하는 이 계절에 딱 어울리지 않나 싶다. 짧은 이야기를 차분히 읽어 나가며 삶이 주는 행복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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