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궁의 성'은 중국 황실과 그 주변의 성(性)생활 보고서다. 예상했던대로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많이도 실려 있다. 너무 많다 싶을 정도다. 굳이 보고서라는 표현을 쓴 이유도 거기 있다. 황실과 그 주변의 다양하고도 많은 성(性)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마치 역사 자료를 모아 놓은 것 같다. 덕분에 이야기가 그렇게 쉽게 읽히지 않는 단점도 지닌다. 예전에 삼국유사를 단순히 번역만 해놓은 책을 읽는것과 흡사한 느낌이었다. 이 책이 단순히 사실들만 열거해 놓은 책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작가의 추측도 들어가고 여러 자료에서 유추한 것을 작가의 주관으로 풀어놓기도 했다. 다만, 이런 내용들을 독자가 흥미를 갖게 하고 쉽게 읽어나갈 수 있게끔 꾸며주는 기교가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된다. '파스타'에 나오는 대사처럼 '꼬시는 기
술'이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이 책은 중국역사를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술술 읽히는 맛이 없었다. 구성이 단편들을 나열한 것처럼 짤막한 이야기를 조금씩 엮어 놓아서 그런 이유도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배경지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가 아닌가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확실히 배경지식이 있는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는 재미있게 읽었다. 예를 들면, 청나라 시대의 이야기들을 읽었을 때 그랬다. 예전엔 중국작가 이월하의 제왕삼부작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청나라 초기의 황제, 강희황제, 옹정황제, 건륭황제를 주인공으로 한 역사소설인데, 그 많은 권수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었다. 이때 읽었던 황궁에 대한 지식, 그 시대의 생활상에 대한 지식이 있었기 때문인지 확실히 청대의 이야기는 쉽게 읽혔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한권으로 읽는 중국사 같은 책을 읽고 나서 보았으면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이야기들이 너무 리듬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중국 황실의 밤문화사 이야기가 이 책의 주된 이야기다. 하지만 시대 배경 설명없이 A황제는 이랬다, B황후는 이랬다라는 식의 구성이 이어짐으로써 뚝뚝 끊기는 느낌이다. 마치 앞뒤에 무슨 이야기가 더 있을텐데 하는 느낌이 들정도로 꽤 생략된 느낌을 준다. 해서 한 호흡에 후루룩~ 읽기에는 꽤 힘들다. 다르게 말하면 어느 부분이든 먼저 읽어도 상관없는 구성이다. 차례를 한번 보고 원하는 이야기를 찾아가 읽어도 된다. 굳이 읽는 순서가 필요없는 전형적인 책이다. 좀 더 앞뒤가 이어지는 내용구성이 되었더라면 뒷부분에 나올 이야기들에 좀 더 궁금증을 가지고 긴장하며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무엇보다 소재가 그런 긴장(?)을 주기에 꽤 좋지 않은가 말이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책은 모든 그림들이 컬러로 나온다. 황제와 황후들의 초상화며 시대상을 나타내는 풍경화, 황궁의 사진들이 많이 등장한다. 책을 읽으며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그림들이 등장하는 것은 좋지만, 그림들이 너무 작다. 그림수를 줄이던가, 책 페이지를 좀 줄이더라도 그림을 크게크게 배치했다면 그 보는 재미가 쏠쏠했을텐데 좀 아쉽다.

작가나 출판사가 절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이 책은 2차 구매를 유발하는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은 굉장히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다. 앞서도 언급한바 있는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가 그렇고, 여황제 무측천, 조태후, 조선의 여인 권씨, 가남풍 등등은 이미 많은 이야기책들로도 만날 수 있다. 소설도 있고 기타 역사서들에서 이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다 보면 이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제한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그네들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읽고싶어지는 마음이 더해지는 것 같다. 이 책을 참고삼아 매력적으로 느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찾아 읽어 보는 것도 이 책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하나의 방법인것 같다.

'쾌락과 암투의 황실, 권력의 속성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적나라한 역사'. 책 설명에 있는 내용이다. 분명히 책의 내용은 이러한 것들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이 내용이 뼛속깊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나하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분명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적어서일까, 행간에 숨은 깊은 뜻까지 쉬이 읽히지가 않는다. 그점이 많이 아쉽다.

스토리매니악, 황궁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