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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소설을 접하면 일단 안심하게 된다. 실망시키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끝장을 탁! 하고 덮음과 동시에 후련한 기분이 드는 소설이다. 근래 나온 작가의 책 중에 단연 최고였다고 감히 말할 정도로..

왜 후련한 기분이 들었던 걸까?

무엇보다 이번 소설의 탄탄한 논리전개와 명쾌한 결말, 읽는내내 가슴 졸이게 만드는 긴장감이 그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긴장감은 책 제목과 표지에서부터 명확히 드러난다. '옛날에 내가 죽은 집',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선택을 하였겠지만, 이 책 제목이 지니고 있는 대담성과 자극성은 나를 도발하는 느낌이다. 책 표지의 일러스트 또한 책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는데 부족함이 없을 만큼 훌륭했다.

책을 열고 보니 이 소설은 정통 추리소설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추리소설의 조건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한 여자의 잃어버린 어린 시절 기억을 찾는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무대가 되는 낡은 옛집에서 수수께끼를 맞춰 가는 모든 퍼즐조각을 제공하며, 남녀 주인공이 그 조각들을 가지고 추리해가는 구조다.

'사야카'라는 여주인공이 자기 딸을 학대하는 자신의 문제 원인이 자신의 어린 시절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옛 애인이었던 화자인 주인공과 함께 어린 시절 기억의 열쇠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옛집을 탐색하며 이야기는 전개가 된다. 이야기 초반에는 '식스센스', '디아더스' 같은 영화의 스토리가 아닐까 생각했다. 읽는 중간중간 분명히 '귀신이 튀어 나올것이다.'라는 느낌이 들만큼 엄청난 긴장감을 제공했으니까.

물론, 그 생각은 완전한 나의 착각이었다. 이 소설은 엑스트라격인 인물들을 제외하면 남주인공, 여주인공 둘만 존재하는 소설이다. 놀랍게도 이야기가 전개되는 공간적 배경 또한 스쳐지나가는 배경들을 제외하면 음산한 옛집 하나 뿐이다. 거기에, 시간도 하룻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귀신은 커녕 긴장감을 제공하는 범죄자도, 수수께끼의 열쇠를 제공하는 인물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러한 최소한의 설정으로 이런 엄청난 긴장감을 안겨줄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야기 내내 느껴지는 공포, 두려움, 긴장감은 잔혹한 살인, 시체 그런 것들이 등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넘칠 만큼이다.

" 지극히 정적이고 고요하게 진행되는 장면 전개와 반비례해 공포심은 점차 증폭되며, 그 어떤 호러소설보다 독자를 긴장시킨다. "

위 역자의 말이 이 책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준다 하겠다.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상처입은 기억들.. 작가는 '옛집'을 통해 여주인공의 상처를 기억나게 하고 또한 치유해준다. 상처의 종류와 정도는 다를지라도 여주인공 처럼 상처입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작가의 에필로그를 꼭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에필로그를 통해 많은 암시와 여운을 남기며 결말을 맺게되는데, 여기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으니까 말이다.

작가의 재능을 나타내주는 구성력과 언어의 유희..

인간의 내면 본질을 섬세히 파악해내는 작가의 감성과 그것을 표현해내는 묘사력..

작가의 이야기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스토리매니악, 옛날에내가죽은집, 히가시노게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