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부모와 함께 하는 조선시대 역사 문화 여행'답게 책 내용또한 어른들이 익히 알지 못했던 부분이 대다수라 그야말로 자녀와 함께 조선의 이면여행을 떠나러 개나리봇짐을 짊어져야 할 것만 같다. 이 책은 저자가 1999년에 발행한 '조선왕조 상식여행'을 보충해서 발간한 증보판이라 하는데, 그만큼 저자의 풍부한 자료와 시대적 해박한 지식과 흐름에 대한 감각을 믿고 책의 처음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따라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품격 높은 조선전기 백자를 보는 것 같이 딱딱하고 형식에 가득찬 내용이 수두룩할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의 겉표지와는 달리 책의 제목을 보다보면 한 파트 한 파트가 전부 흥미롭고 궁금함을 이끌며 서둘러 내용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백제 마지막 왕인 의자왕의 삼천궁녀를 연상하다보면, 왕은 절대 권력자임과 동시에 스스로 법이며 원하는 것은 다 했을 것만 같다는 선입견 역시 책의 제목만 보게 되도 모래성처럼 스르르 맥없이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격무에 시달렸고, 왕도 밭일을 했으며, 공부를 게을리하게 되면 폐위라는 낭떠러지로 치닫게 되는 사실도 그렇고, 조선 최고의 법전인 경국대전의 시행도 분위기를 봐가며 아주 조심히 공표를 하며, 신하들의 간섭도 무척 심했다는 사실, 그리고 부부 간의 잠자리도 원하는 대로 이루기 어려웠다는 사실에 절레절레 저절로 고개가 저어진다. 중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삶의 풍습과 관습과 배경이 다를 뿐이지 사람이 하는 일은 거의 어슷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면 앞으로 수백 년이 흐른다해도 사람이 사람을 경계하며 인식하고 위하며 또는 무너뜨리기도 하며 공존하는 생활은 닮지 않을까도 생각해본다.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역사의 이면에 대해 기술한 이 책 서두에 저자가 한 말처럼, 똑똑한 사람은 역사를 통해 경험을 하며 그렇지 못한 사람은 경험을 통해 경험을 하게 된다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경험을 통해 경험을 반복하는 사람은 시행착오의 연속을 걷는 자이므로 삶 자체가 고난이고 역경이지 않나 싶다. 임진왜란 당시의 처절했던 상황을 기술한 책, '징비록'에 담긴 저자 유성룡의 말처럼 이러한 역사의 사실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세에서 누구보다 좀 더 지혜로운 생활을 영위해 나가야 할 것 같다는 말에 나또한 동감을 한다. 

 

언제나 변함없이 평민(지금의 시민)들은 국가의 중추역할을 해 오면서도 무거운 조세나 힘겨운 노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때도 지금처럼 가진 자들의 권위와 행실의 탄탄한 배경이 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반이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워낙 막강해서 양반이 아닌 자들도 가짜 족보를 구입하여 그 사이에 자신의 이름을 기입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앙도 하루의 일과가 만만치 않음을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새벽 5시에 기상하여 늦은 밤 11시에 하루의 일과가 끝나는 격무에 시달린다. 언제 어디서나 최고와 최하는 고통이 뒤따른다. 이 책에서 특히 눈에 들어오는 대목은 후궁들의 말년이다. 그녀들은 왕이 생존하였을 때는 막강한 내명부의 우두머리 지위를 행세하지만 왕이 승하하면 여승이 되어 생을 마감하는 운명을 안고 있다. 궁년와의 사랑이 들통나면 자그마치 태형이 100대다. 거의 하반신을 못 쓰게 만들지 않나 싶다. 그러나 죄인들에게도 지금처럼 보석제도가 적용되서 돈만(당시엔 쌀)있으면 죄값을 덜 수 있는데, 이 대목에서 나는 지강헌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떠올라 씁쓸하다. 죄인들에게 삼심제도를 적용하고 있으며(형식적인 면이 많지만)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지위가 낮아 노리개로 전락이 된 예술가들의 비애, 그리고 말 1필 값에 비견되는 노비들의 가여운 신분에 대해서도 이 책은 설명해 주고 있다. 그 외 많은 시대적 이면의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져 있다. 소제목에 따른 내용에 보태어지는 자료도 꽤 볼 만하고 당시 국사와 경제에 대한 지식 습득에 도움이 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보고 알아두면 좋을 만한 내용들이 수두룩하게 담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