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누구'는 20대 초반의 젊은 작가의 소설이며, 동시에 일본에서 최고 권위상인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하여 그 내용이 무척 궁금해서 책을 손에 받아 첫 페이지를 넘길 때는 괜시리 마음이 조마조마 했다. 그런데 100페이지를 넘기기까지 읽어나가기가 힘겨워서 며칠이 걸렸나 모른다. 일반 소설과 달리 역시 신세대 젊은 작가다보니 내용 곳곳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내용들이 쏙쏙 튀어 나오고, ' ㅡ ' 표시를 통해 뜬금없이 작가의 생각도 함축적으로 담겨 있었으며, 내용도 단지 취업을 앞 둔 5명의 주인공들이 모여 각자의 개성을 묻여 의견을 주고 받으며 약간의 러브라인 형성을 추축하게 만드는 정도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페이지를 넘기며 점차 쉽지 않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일본 젊은이들의 속내가 엿보이기 시작하면서 정독의 속도가 붙더니 작가의 의도도 읽혀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숨겨둔 내면의 등장으로, 그 반전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자신의 인생에서 발견한 드라마를 쫓아 순수하게 전진하는 고타로, 고타로를 여전히 사랑하며 현실에서 탄탄한 위치를 갈망하는 여린 미즈키, 미즈키와 유학 친구인 리키, 리키와 동거 중인 다카요시, 그리고 이 책의 화자이며 고타로와 동거 중인 다쿠토, 이렇게 5인이 각기 자신들만의 뚜렷한 색채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처음에는 아마추어 밴드의 보컬이자 성격 털털하고 낙천적이며 많은 이들로부터 관심의 촛점이 된 고타로와 왠지 예쁘고 다소곳할 것 같은 미즈키를 중심으로 얽히고 설힌 내용들이 재미나게 이루어 질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등장인물의 사고관이나 성격, 이야기의 밑그림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경쟁이 심화되고 따라서 개인주의, 이기주의적 성향을 갖추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스스로 고립이 되었으며 언제나 혼자인 듯 외롭고 삶이 버겁다. 그 틈을 파고 들어간 것이 SNS이다. 개인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 외로운 현실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어 가치를 확인하거나 익명으로 계정을 만들어 마음껏 자랑하며 타인을 비판하는 등의 행위로 인해 스트레스도 풀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긍정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생각과 생각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다시말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상호 간의 심한 경쟁과 무관심, 그리고 이기주의를 통해 외로움과 그리움을 느끼며 서서히 쓰러져 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타인들로부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려는 얼굴 없는 홀로그램이다. 서로 편하게 어울어지며 사이 좋게 서로를 응원하는 듯한 주인공 5인의 취업준비 모습과 그들의 시기 어린 속내, 가식, 또는  꽉 막힌 속을 분출해 내는 도구로써  SNS와 이야기의 복선 역할을 하기도 하고 작가의 함축된 말을 담기도 하는 'ㅡ'는 평행을 이루며 동시에 질주를 한다. 이 세가지 중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얼굴 없는 홀로그램인 SNS이다. SNS를 통해 타인을 시기, 비방하며, 조롱하고 자신에게 없는 비현실적인 의식을 은근히 뽐내어 자랑한다. 그러나 리키의 말대로, 메일 주소로 SNS 계정을 검색할 수 있다. 그로인해 책의 결말이 반전으로 드러나게 된다.

 

고타로와 미즈키는 처음부터 끝까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일관되게 드러내고 있다. 반면, 이 책의 끝부분에서 리카에 의해 드러난 다쿠토의 숨겨둔 모습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이 책의 화자는 다쿠토이다. 그 전까지는 다른 어떤 누구보다 다쿠토에 대해서 좋게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쿠토는 어떤 상황에서도 함부로 나서지 않고 차분하게 바라보며 긍정적 성격임과 동시에 내실이 꽉 차 있는 사람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책의 말미에 리키에 의해 드러난 다쿠토는, 나는 남들과는 다른 뭔가가 있는 사람이라는 식의 익명SNS를 꾸려 나간다. 관찰자이며 동시에 선견지명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부족함이 누구보다 많고, 용기가 없는 사람이 표출하곤 하는 부정적 사고 방식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순수한 면모가 돋보이는 고타로나 미즈키는 그런 다쿠토를 발견할 수가 없다. 다쿠토와 어느 정도 어슷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는 리키만이 어떤 방식을 통해서라도 알게 되는 것이다. 다쿠토를 향해 리키가 말한다. "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건 자기도 모르게 상대에게 전해지는 거야. 아무리 멀쩡하게 정장을 입어도, 아무리 또 하나의 계정을 숨겨도 네 마음 안쪽은 상대에게 다 보여.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몸부림치지 못하는 너의 진짜 모습은 누구에게나 전해져. 그런 사람을 어떤 회사에서든 원할 리 없잖아." 그 외에도 책 곳곳에 쳐 놓앗던 바리케이트를 동시에 던져버리듯 리카는 다쿠토의 단점에 대해 쉴 새없이 퍼붓는다. 그 때, 독자들은 자신이 다쿠토가 되어 직접 리키를 직면하게 되는 느낌을 갖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이것이 작가가 독자들에게 바라는 노림수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순간이 나에겐 엄청난 반전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마무리는 다쿠토의 자기 성찰로 책을 마감한다.

앞으로 살아갈수록 사람들의 마음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진한 단점이 숨겨진 판도라의 상자라 할 지라도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은 SNS를 떠나지 못하고 오히려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만나게 될 것이다. 나는 그 때, 책 속의 이 말이 떠오를 것 같다.

 

ㅡ 그 짧은 말(SNS) 너머에 있는 인간 그 자체를 상상해 주라고, 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