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 아버지에 동남아인 어머니(그것도 어려서 도망가버린), 쓰러져가는 옥탑 단칸방에 말더듬이 춤꾼 삼촌... 그리고 이게 선생인지 동네 양아치인지 모를 담임선생 ’똥주’. 날이면 날마다 ’씨불놈’을 외쳐대는 아랫집 아저씨. 시쳇말로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촌스러운 이름의 ’완득이’.
이 정도면 그야말로 좌절하고 비뚤어질만 한데 말이지. 우리의 완득이는 그런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간다. 어쩜 그렇게도 당당한지 주눅들지도 않고, 공부도 잘 하고 얼굴도 예쁜 킹카 여학생까지 여자친구로 만들고.

신인작가.라는 꼬리표를 달기에 너무나 수많은 상을 수상한 김려령의 청소년 소설 ’완득이’는 그런 꿋꿋한 모습을 당차고 거침없는 문체로 그려나간 작품이다. 그 덕분에 쉽게 읽히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최근 읽어본 책들 중 가장 솔직한 웃음을 날리는 책이었달까. 전철에서 읽다가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기도 하고, 마치 드라마나 만화책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의 웃음을 선사한다. 그런 가운데 후딱 다 읽어치워버렸고.
또한 그런 웃음 속에서 우리네 삶의 사회적 소수자들, 장애인이나 외국인 노동자 등의 인물들에 대한 인간적인 접근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이들은 불쌍한 사람이야. 우리가 도와줘야해’라는 식의 연민 이끌기가 아니라, ’이들도 사람이고 니들도 사람이야. 사람으로 대하라구’라는 식의 접근이랄까? 그렇기에 거부감이나 쓸 데 없는 감정의 낭비 없이도 충분히 저자의 생각에 동감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완득이의 모습, 그리고 보다 완성된 가족, 완성된 공동체를 찾아가는 완득이네 가족과 주위 사람들(특히 똥주)의 모습 속에서 시큰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고.

개인적인 성향이겠지만, 솔직히 조금은 무게가 없고, 은근한 로우킥의 뻐근함보다는 거침없는 하이킥의 시원함으로 승부하는 책이기에 보이는 단점들도 있긴 하지만, 그런 단점을 모두 무시하고 읽을만한 그런 감정적인 공명을 일으켜준다. 어쩌면 그렇기에 더욱 청소년 문학으로서 빛나는 것은 아닐까.
나이에 상관없이, 이미 서른줄을 넘어선 내가 읽어도, 그리고 청소년이 읽어도 재미있고, 또한 와닿는 게 있는 소설. 그래, 이런 게 청소년문학이겠지. 조카나 동생 등, 주위에 청소년이 있다면 한 권쯤 선물해주기 딱 좋은 책이 아닐까 한다. 책도 참 정성들여 잘 만들어져 있고.

아, 물론 선물하기 전에 꼭 한 번 읽는 것은 필수다.

 

책이 예뻐서 동영상으로 찍어봤다. 최근 창비의 책 중 가장 신경써서 디자인한 책이라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