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프

사체들은 상당한 양의 피흘림을 감내한다. 손발이 잘리고 절개되며 뒤죽박죽이 된다. 그러나 중요한 부분은 이것이다 - 이들에게 고통은 '참고 견디는'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체는 우리의 수퍼 영웅이다. 이들은 불길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높은 건물에서 떨어지고 자동차에 올라 건물 벽과 정면 충돌하기도 한다. ..... 이들은 수퍼맨이다.

 나와 관련된 망자는 단순한 사체가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자를 담았던 그릇이다. 이제는 없는 사람에 대한 감정이 모이는 초점이자 연못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에서 다루는 죽은 자들은 언제나 낯선 사람들이다. 적어도 거의 대부분은 그렇다 (그러나 간혹 해부학 학생이 실습실의 사체를 알아보는 경우가 생긴다.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 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 교수인 휴 패터슨은 "내 실습실에서 25년 동안 그런 일이 두 번 있었다"고 말한다)

오늘 영결식은 이름뿐인 행사가 아니다.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참석한 행사로서, 그린 데이의 노래 'TIME OF YOUR LIFE'의 아카펠라 연주, 베아트릭스 포터가 쓴 동화에서 오소리가 죽어가는 우울한 장면 낭독, 데이지라는 이름의 여자가 의과대학생으로 다시 태어났는데 알고 보니 해부실습실의 사체가 전생의 자신, 즉 데이지였다는 내용의 포크 발라드 등이 거의 3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한 여학생은 헌사에서 사체의 손에 감긴 거즈를 벗기다가 손톱에 분홍빛 매니큐어가 칠해진 것을 보고 잠시 망연해진 이야기를 읊었다.  

"해부학 도감에 실린 그림에서는 손톱의 매니큐어가 나와 있지 않답니다. 색깔은 당신이 골랐나요? ...제가 보게 될 걸로 생각했나요? ...당신의 손 내부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답니다. ...제가 환자를 볼 때면 언제나 당신이 거기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바랍니다. 복부를 진찰할 때에는 당신의 장기를 머리에 떠올릴 거예요. 심장박동을 들을 때에는 당신의 심장을 손에 들고 있던 기억을 떠올릴 거구요."

 내가 접한 가장 감동적인 문장 가운데 하나다.

 합법적으로 해부에 쓸 수 있는 사체가 부족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영국과 초창기 미국의 해부학교들은 불미스러운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고 말았다. 이들은 아들의 잘린 다리를 가지고 가면 맥주값(정확히 말하면 37.5센트였다. 1831년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을 주고 사들이는 부류의 사람들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따금 운송하는 과정에서 상자가 뒤섞이기도 했다.
 <보따리 쌈꾼들>의 저자 제임스 무어스 볼은 실습실로 배달된 상자를 열었으나 사체 대신 "최상품 햄 하나, 커다란 치즈 한 덩이, 달걀 한 꾸러미, 커다란 털실 한 타래"를 발견하고 당황해하는 해부학자 이야기를 적고 있다. 최상품 햄을 비롯한 여러 물건들 대신 그럴듯한 포장 속에서 죽은 영국인의 시체를 발견한 사람의 경악과 낙담이 어떠했을지는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