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고통은 작가에게 어떻게 작용한걸까. 슈테판 츠바이크의 글을 읽다 보면 생기는 의문이다. 타고난 성정일 수도 있겠지.

 체스, 아내의 불안 - 모두 조심스럽고 예리하고, 비관적이면서도 대중의 희망을 꿰뚫고 있는 이야기들.

 

- 체스

집에 돌아온 신부는 이 같은 놀라운 소식에 "발람(구약성서 민수기 22장 5절에 나오는 메소포타미아의 예언자이름)의 나귀로군"이라고 소리를 지르고는 성경을 잘 모르는 파출소장에게 설명하였다. 2000년 전에도 비슷한 기적이 일어난 적이 있었는데, 벙어리 한 명이 갑자기 지혜로운 말을 했었노라는 얘기였다.

마침내 밀코 혼자서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대적하는 시물탄 파티(마이스터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대적해서 하는 체스 시합)을 두어 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뇌조(꿩의 일종)를 유혹하려면 뇌조가 교미 때 내는 소리를 흉내내야 한다는 사냥꾼의 기술.

나는 저런 넓은 어깨를 가진 사람은 자신이 일단 뜻을 둔 일은 이루어내고 만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

 규칙적인 두뇌 훈련은 제 사고력에 확고한 자신감을 되찾아 주었으며, 맑아진 머리는 부단히 생각하는 훈련으로, 말하자면 더욱더 새롭게 닦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정확하게 집중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특히 심문을 받는 데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났습니다. 제 자신도 모르는 중에 저는 체스판에 나오는 속임수나 위협 등 감추어진 책략에 대항해 가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심문은 저에겐 아무 것도 아니었고 게슈타포들도 점점 저를 일종의 존경심을 갖고 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 아내의 불안

 궁전에 있는 방은 다 들여다볼 수 있되 은빛 열쇠가 꽂혀 있는 방 하나는 들여다보면 안 되고 은빛 열쇠를 열면 악운이 온다는 동화... 이레네는 그 동화가 금지된 것에 끌려 불행을 자초한 바로 자 신의 운명처럼 들렸다.

 (젊은 피아니스트와 부정을 저지른 아내, 어느날 찾아온 협박꾼 여자, 돈도 뜯기고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고, 심지어 약혼반지까지 빼앗겼을 때, 아편 먹고 죽을 결심을 한다. 알고보니 남편이 연극배우를 고용해, 아내를 자기에게 돌아오게 하려 했던 것. 의외의 해피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