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보면, 꼭 눈 앞에 그 장면이 펼쳐지듯, 그 사람이 말하고 있듯, 생생하다는 느낌이 강한 책들이 있다. 역사서들 가운데 이이화 선생의 글들이 그런 듯 하다. 편집이 읽기에 편하게 어떤 목적에 의해 구분되어 있어서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분명하게 파악하게 한다. 그리고, 그 서술이 어느 한 쪽에 치우져지지 않은 편이어서 읽는 사람이 지나간 과거의 사람, 자신의 입장을 말할 수 없는 사람(이미 고려, 조선시대의 사람들이었으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어떤 인물사보다 재미있다. 요즘 맞수, 경쟁과 협력이 흐름인 듯 싶은데, 인물에서도 rival 혹은 맞수, 적, 동지라는 개념으로 사람을 보면, 상황과 시간과 공간의 흐름속에서 인상깊은 장면들이 생긴다. 이 책 여러 사람들을 담고 있어서 두 인물의 전기적 관점에서 꼼곰하게 분석하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가볍다'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런데, 두 인물의 전기를 비교하다보면 분명 사료를 찾는데 한계가 있어서 작가의 사견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갔을 수 있다. 그래서, 여러 사람을 깊게 담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을 통해 어느 인물에 관심을 갖고 그 인물에 대한 전기를 통독하게 된다면, 이 책의 의미는 커질 것이다. 

          더 이상 말할 필요없는 정몽주와 정도전/ 수양대군과 김종서/ 이순신과 원균/ 허목과 송시열/ 대원군과 민비/ 송병준과 이용구/ 김춘추와 김유신/ 원효와 의상/ 박지원과 홍대용/ 성삼문과 신숙주/ 김구와 여운형 등 적과 동지에 대한 구분과 이념과 마음에 따른 구분으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에서 의외였던 것은 신사임당과 황진이. 흔히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으로 많이 대비되는데 아마도 시대가 비슷해서 그래서였는지, 한국의 전형적 여인상인 신사임당과 황진이를 꼭 반대의 개념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된다. 조선시대 여인은 정도의 차이였을 뿐, 여인네였을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