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헤르만 헤세 시집>과 차별되는 부분은 마지막에 '헤르만 헤세 그림 속의 구름'에 대한 연구를 했다는 점이다. 그의 그림은 시와 연계하면 이 책의 이야기처럼 볼 수도 있고, 그가 산문 속에서 읽는 사람에게 신선하게 던진 여러 문구와 심상들을 배치하면 조금 다르게 그림을 볼 수도 있다. 혹은 그림을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절망은 나락이거나 날아오르기 위한 도약으로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슈베르트의 음악이 어울릴 거라 생각했던 그의 시가 어느 순간 절망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희망으로 나아간 노력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다 마지막 시 '꺾어진 가지'를 보며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7번 C장조를 찾게 된다.

    작은 동화집같은 느낌이어서 거장 헤르만 헤세의 방황과 고뇌가 '가지 친 떡갈나무'에서의 밝음과 그림의 선연한 초록빛으로 남는다.

    나는 너와 같다. 베어지는 / 고통스런 삶을 중단하지 못하고 / 날마다 고통에 찬 야만 속에 새롭게 / 이마를 내밀어 빛을 느낀다. /.../나는 만족하고 화해하며 / 수백 번 찢겨도 참을성 있게 / 가지에서 새로운 잎을 돋우니 / 그 모든 슬픔에도 불구하고 나는 / 이 미친 세상을 사랑한다. ('가지 친 떡갈나무' 中)

    풍파가 일지 않은 영혼의 쉼으로 행복을 얻는 방법을 아는 것, 괴로움이 사랑으로 연결되는 지혜를 보는 것, 좋음과 나쁨이 같고 아픔과 쾌락 역시 같다며 말하는 시인이 이 시대에도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진실이자 현실을 그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