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1층에서 처음 만난 작품이 신위의 예술이어서 묵죽화의 느낌이 내내 남아있다. 이 책은 조선 시대 이전부터 시작하여 초기, 중기, 후기, 말기로 나누어 묵죽화의 화풍과 화원에 따른 묵죽화를 설명을 한다.

 

    특히, 남종문인화풍에 따라 심사정과 강세황을 이야기하고 조선 후기 강세황과 조선말기 신위의 묵죽화를 설명한 부분은 섬세하다. 보면서 알듯말듯, 차이가 날듯말듯 했던 부분이 어디에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자세히 풀어놓았다.

 

    "강세황 묵죽화 양식은 화보에 반영된 명대 묵죽화풍을 수용하고, 조선의 전통적인 묵죽화풍의 장처를 혼융시켜 이루어낸 것으로 보아야 하겠다. 여기에는 역대 묵죽화풍과 이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정심한 이해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단지 감각적으로 남종문인화풍을 수용한 심사정의 묵죽화와는 분명한 경계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p.298)."

    "신위는 조선 묵죽화의 전개에서 심사정, 강세황에 의해 시도된 남종문인화풍 묵죽화 양식의 완성도를 높였고, 동시에 청대 묵죽화풍을 새로이 수용하여 또 다른 변화를 꾀하였다(p.364)."

 

    묵죽화가 문인화에서 화원화가로 이동되는 시점인 정조후반에서 순조 전반의 문화 절정기의 그림들은 다양성과 뚜렷한 개성이 드러난다. 어떤 수채화나 풍경화보다 매력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해도 보지 않을 수 없게. 최북, 김홍도, 임희지를 중심으로.

 

    대나무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단순히 담양을 떠올리며 밥을 해 먹으면 맛있는 통 정도만 생각하면 가볍다. 그림속 검은 색의 대나무를 보는 순간, 다양한 느낌이 드는데, 이미 알려진 '군자의 표상'이나 '정절과 효행의 매개'는 물론 '은일과 한유의 공간'이며 '벽사와 축수의 염원'으로 상징이 새롭다.

 

    혼탁한 시대에 "진속과 떨어져 명철보신할 수 있는 공간을 이르는 문화적 개념(p.29)"으로 화선지 속 대나무가 엄청난 공간감을 보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대나무 속에 담긴 비와 눈의 기상과 계절감, 바람의 청각 효과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잡고서 놓아주지 않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