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해서 아깝다는 표현을 쓰면 안 되지만, 어떤 책은 내용에 비해 가격이 과하다고 생각되거나, 내용에 비해 잉크와 종이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간혹, 아주 간혹 있다. 그런데, 이 책만큼은 제목이 주는 마음설렘부터 시작해서, 책을 읽는 동안 느끼는 정서적 공간감, 책을 읽는 시간과 책의 빼곡한 내용에 이르기까지, 아깝지 않은 책이다. 읽는 시간과 책을 구입하는 물리적 비용과 책이 차지하는 공간까지 모두.

 

    사랑. 이 책은 단순히 사랑에 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애틋하고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기대했다면, 많이 실망할 것이다. 오히려 사람의 생애와 하루의 삶과, 그 하루 속에서 맞이하는 관찰의 깨달음의 무게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묻어 있다. 그래서, 사람이 살면서 느끼는 인간성의 상실, 관계의 무너짐을 이야기식 구성이 아닌 짧은 주제에 담긴 몇 줄의 말들이 힘이 되어 이야기한다.

 

    작가에 대한 선호가 이 책에 대한 선호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최소한 방대한 범위의 인식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오히려 최근 몇 년간 저자의 이야기보다 더 깊고, 그림없는 빈 공간이 오히려 여백으로 다가와 책에서 가끔씩 눈을 돌려 마주하는 풍경을 책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 중 논리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부분이 있다. "어느 날 문득 우리의 가슴에 닿아오던 절망이며 허무며 한스러움이 다시금 아름다운 소리의 무성함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고독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더욱 고독해야 하며, 버림받지 않기 위해 우리는 아직도 더 많이 버림받아야 하는데(p.222-223)."

 

   누구에게서도 답을 얻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면, 더운 여름을 벌써부터 걱정하면서 6월을 맞이하고 있다면, 이 속에 담긴 금언들을 마주하고 있는 시간이 진짜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