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적으로(시대순으로 혹은 예술사조 경향으로) 미술사를 이해하는 것은 조금은, 그나마, 약간은 이해할 수 있었다. 최소한 박물관이나 미술관 별로 구성되어 소개된 책자들은 공간적 이해를 통해 어떤 의도로 그 곳이 그 작품을 품고 그 자리에 있는지 느낄 수라도 있었다. 

       이 책을 손에 잡은 이유, 진짜 웃기지만, '리스트'였기 때문이다. 음악가인 줄 알아서. 전체 흰색 표지에 글자는 음각으로 되어 있으니 단순히 음악가라고만 생각했지, 움베르트 에코가 쓴 미술사 에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엔 웃으면서 봤다. 그런데, 그 웃음, 길지 않았다. 복잡해진다. 그리고 꼬인다.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싶어서. 목차를 보고 이해하려고 해도 도대체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하는지 당황한다. 그런데, 곧 마음을 비웠다. 지은이가 에코다. 그럼, 그 사람의 시선으로 미술사를 보는 견해가 있을 것이고, 나는 그의 의견에 때로는 동조하고, 의문을 품기도 하고, 그 사람의 시선으로 따라가면 되니까. 그래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이 책을 통한 깨달음이라고 한다면, 미술의 분야 혹은 소재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이제는 무어라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 모더니즘, 포스트 모더니즘 등 어떤 말로 설명을 한다고 해도 작품을 표현한 작가의식과 작가의 시대별 예술세계에 따라 응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 어쩌면, 예술사조라고 부르며 하나의 범주에 화가들의 이름을 넣을 수 있던 것이 '미술'이었을까 싶기도 하다. 게다가 움베르트 에코의 책을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미술사를 이야기하다가 중간중간 들어 있는 문학작품들의 인용문구는 이 책에 대한 이해를 완전히 내려놓게 한다.

       보통은 책을 읽을 때, 작가의 글을 따라 한 길로 열심히 따라간다. 그런데, 이 책, 작가가 글이 아니라 하늘을 난다. 하늘길을 놓아두고 자신의 길을 만들며 알아서 따라오라고 하는 듯한 기분. 자유롭기도 하지만, 약간의 황당함이 중간쯤 지나면,  어느 정도, 진짜 어느 정도 익숙해진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처음보는 혹은 다양한 그림들이 참...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