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식 경영이란 말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효율성과 가치성 면에서 우월하다는 면과 이것저것도 아닌 번잡한 것이라는 것. 이 책을 처음 대했을 때, 후자쪽이 아닐까 생각했다. 학자들의 이름값에 기대서 책을 팔아보려는 것이 아닌가 해서. 그리고, 경제학자들이 현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고 하나, 서브프라임 문제가 시작된지 이미 1년 남짓이고. 현안이라는 시간적 정의가 과연 정확한가 때문에. 그런데, 기우였다. 내용이 괜찮다.

      마케팅분석처럼 시대의 조류에 급변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대나 공감할 수 있는 위기와 해결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는 현실 문제, 특히 경제활동과 관련된 분야에서 각 챕터별로 원인분석, 현황파악, 여러가지 경우의 가능성과 그에 대한 해결책, 인간과 인간이 만든 제도의 조화에 대해 인류가 공생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가 흐른다.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제학자들의 이름이 찬란하게 배열되어 있다. 쉴러, 크루그먼, 들러, 베이커, 스티글리츠 등. 문제도 부동산과 금융정책, 미국의 고질적인 문제인 재정적자와 세제개혁에 관한 논의, 세계화로 인해 더 심각해진 전쟁/ 고용/ 질병/ 온난화에 대한 조명, 오바마 정부가 중점을 두는 복지정책과 의료보험이 미국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해결되어야 할 문제점, 이 외에 부적당하거나 부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여러가지 문제점-기부/ 지원금/ 대학/  사형제도/ 테러리즘 등-에 대해 논한다. 

      경제학은 단순히 인간의 삶에서 유한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해야할 것인가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의 삶을 좀 더 공평하고 좀 더 윤택하게 하기 위해 어떻게 이 이율배반적인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것인가 머리를 맞대는 것이 아닐까? 이 책 읽다보면, 경제학이 까탈스럽고 죽은 학문이 아니라 내 옆에서 생동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