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비소리. 해녀들이 바다 속에서 해산물을 캐다가 숨이 턱까지 찼을 때, 물 밖으로 나오면서 부는 휘파람 소리. 제주도의 말이라 처녀를 나타내는 '비바리'만큼 강한 인상으로 와 닿았다. 

     서점에서 관심있는 곳에서 서성대다가 뜬금없이 어린이 분야로 발걸음을 옮길 때가 있다. 시간의 여유도 있어야 하고, 요즘은 참 좋은 책들이 많다는 생각에, 그리고 어떤 책들은 오히려 배울 수 있는 것들도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꼭! 아이들 책이라고 웃으며 넘길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 책. 처음엔 그냥 바닷가 이야기인가 싶었다. 책 표지도 그렇고 해서. 그런데, 황순원의 '비바리'가 떠오르면서 이 글을 쓴 사람과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이 진짜 따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랑. 이름마저도 울림의 여운이 남아있는 주인공 아이. 특히, 도시아이 뿐 아니라 요즘 아이들이라면 부모의 얼굴속에서 열심히 살아도 왠지 살기 힘든 현실을 막연하게나마 이해하고 있을 분위기가 이 책에 녹아있다. 발전한다는 것이 발전되는 것이 되고, 그 혜택 혹은 결과는 도대체 누구한테 돌아가는 것인지, 아이의 시선으로 가볍지 않게, 그러나 어른들이 보는 시각처럼 무겁지도 않게 그린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이런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까? 제주의 풍경이 눈에 그려지면서, 아랑이 만나는 동네 사람들, 친구들, 어른들이 정겹게 느껴진다. 그리고, 제주의 한많은 과거의 역사, 4.3사건(과연 사건인지 사태인지, 혹은 그보다 더 정확한 어떤 말을 찾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이 있었고, 그 위에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는 현재의 사람들이 있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황폐화시킨 외부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난감한 4월 3일의 일, 개발과 자연보호라는 양립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을 알려주기에 괜찮다. 지금도 맴도는 주인공의 이름, 아랑이 계속 기억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