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기업 혹은 개인이 그 산업의 승자가 될 수 있다고, 그것도 거의 독식하는 형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플랫폼 모델은 오늘날 가장 빠른 성장세로 가장 강력하게 기존 질서를 파괴한 기업들, 즉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부터 우버, 에어비앤비, 이베이가 거둔 성공의 토대였다(p.19)." 이 문장은 오늘의 기업이 20세기 초의 기업과는 다르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렇다고 흔히 이야기하는 공유경제와는 의미가 중첩되는 경우도 있으나 개념상 다르다.

    세상이 빨리 변한다고 느낀다고 생각해도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회사들의 이름과 한순간에 회사를 닫거나 제품의 우위를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실상을 보는 순간, 그 속도감은 시속이 아니라 마하로 느껴진다. 이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블루레이 사례가 그렇다. "소니처럼 시장을 독점 지배하기 위한 표준 전쟁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면 반드시 이기는 게 좋다. 그리고 가급적 빨리 이겨야 한다. 내가 지배하려고 하는 바로 그 기술이 차세대 기술 혁신에 묻히기 전에 승리를 거머쥐어야 한다(p.239)."

    가장 흥미로운 그래프는 384쪽에 있는 규제와 관련된 개념이다. 규제가 전무하거나 정부가 완전 통제하는 양 극단에서 사회적 손실을 나타낸 잔코프의 곡선인데, 아마도 지금 현재 가장 많이 말하고 있는 비트코인 문제에 대한 대안은 제도 가능성 경계(IPF)와 규제국가 그 사이일 것 같다. 그 뒤에 이어지는 플랫폼 규제에 관한 쟁점과 전에 설명하는 플랫폼 규제 반대론자들의 주장과 근거를 통합하면 지금 우리가 가야할 곳은 분명해 보인다. 그것이 플랫폼에 의한 경제 성장을 위해 지불해야 할 작은 대가라고 주장한다 하더라도.

    4차 산업혁명을 기술과 경제, 금융과 법질서의 측면으로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비트코인 거래소 문제는 기술과는 다른 측면으로 해석된다. 이 현상은 두 가지 전제-신뢰가 전제된 거래, 가치창출-에서 수요와 공급 두 측면, 4차 산업혁명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기술은 벤처와 과학분야의 일이라면, 현재 자금흐름은 미국 국세청처럼 경제부처와 국세청의 역할이 크고, 과거에 저질러졌을지 모르는 유가증권시장이나 지하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이 이루어졌다면 법무부가 나서야 하는 역할분담이 명확한 상황. 그들에게 가치란 무엇인가, 그 가치로 실물경제와 화폐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현재의 경제범주를 넘어서는 것이라면 지구와는 또 다른 가상의 지구를 생각해야 하는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1년 내내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는 곳은 편의점이나 음식점이 대다수인데 그곳에서도 일하는 사람들은 바뀐다. 그들의 거래소는 체인이 아닌 파이프라인은 아닌가?

    그렇다면, 플랫폼은 무엇인가? 여러가지로 규정할 수 있다. "정보를 핵심 재료로 다루는 산업은 모두 플랫폼 혁명의 후보 대상이다(p.33)." "외부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이다. 플랫폼은 이러한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참여를 독려하는 개방적인 인프라를 제공하고 그에 맞는 거버넌스를 구축한다.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사용자들끼리 꼭 맞는 상대를 만나서 상품이나 서비스, 또는 사회적 통화를 서로 교환할 수 있게 해 주어 모든 참여자가 가치를 창출하게 하는 데 있다(p.35-36)." 이 개념을 처음에 봤을 때 든 생각은 정치뉴스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다선 국회의원은 사라지겠다는 것이었다. 뉴스에서 기자의 역할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정보가 그 사람에게 뜨는 동시에 유권자가 생각할 수 있는 범주는 선거때의 유인물 몇 쪽의 수 십배에 달할 것이므로.

 

    정보경제 측면에서 기존의 유한한 자원 혹은 자원의 희소성 문제가 플랫폼 중심의 시대에는 무시될 수 있을 정도의 전제인가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이 사회의 운영기제는 결국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가 항상 중심이 되어 왔기 때문에. 게다가 국가가 정보의 문제로 바뀌면 이 문제는 모두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데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근거가 많다.

    철저하게 기업이 생존하고 유지해나가는데 필요한 플랫폼의 규정은 거꾸로 읽으면 소비자가 어떻게 기업을 바라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 앞으로 우리사회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상상을 하게 한다. 특히, 개방성에 대한 부분에 관해 여러 이해관계자의 개입정도와 개방정책 정도에 따른 사용자의 유불리는 경우의 수를 놓고 지금 현재 다른 나라의 수준은 어떠한가에 대해 잠시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면, 금융과 관련해 개발도상국이나 미국과 다른 선진국의 저소득층이 은행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인터넷 금융 플랫폼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실제로 마이크로크레딧 운동처럼 사람이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초점을 둔다면 기업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개인은 빚에 눌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1,2차 산업사회는 체험으로, 3차 산업사회는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면 4차 산업사회는 혁명에 가깝다. 예감할 수 있으나 인간들의 손에 있는 기술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농작물이나 공업생산물처럼 손에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게다가 여전히 3차 산업사회에서도 1,2차 산업사회 방식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에서 더 많은 기술적인 노력, 윤리에 대한 의식을 쌓아야 '신뢰' 네트워크도 구축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