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보궐선거로 치뤄지는 대통령선거. 그래서, 지난 11월 이후 각 정당과 정치인들이 보인 태도는 여느때보다 더 국민들의 눈에 잘 들어왔다. 각종 여론조사도 절차절 정당성이나 예측성 면에서 타당성을 주장할 수 있으나 과연, 대다수의 국민들이 생각하는 '국가'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그 질문에 따른 지도자의 자격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답을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윤리적, 법률적 잘못이 있다고 인정한 정당이 대선후보를 낸다는 것, 정당의 속성상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그 정치인들의 수준이 대한민국의 국격의 수준인 것 같아 꺼림칙하기는 하다. 작년에 개정판이 나와서 그냥 지나쳤는데, 올 초에 개정신판이 나와서 다시 꼼꼼하게 읽었다. 답을 찾을 수 없는 부분이 많아서 가끔 다시 열어보면서.

 

    그러다, 어제 뉴스 한 켠에서 답을 찾았다. 삼성 라이온즈의 10위로 '삼승'이란 닉네임이 있는 대구, 그곳의 한 국회의원의 발언은 그 지역언어로 된 현실인식과 젊은층의 유출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그 도시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마치 지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처럼. 단순히, 대구와 광주를 비교해보면 두 도시의 특이성도 보인다. 죽음(대구지하철의 유족들의 이야기)을 은폐하는 도시와 죽음(1980년을 잊고 개발하자고 하는 세력에 대해서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는 유족들의 이야기)을 기억하고 진실을 찾으려는 도시.

 

    대선후보들이 어떤 정책이나 공약을 내놓아도 가리고 숨긴 것이 많은 박근혜 정부의 속성상, 각 정부의 현실태를 보면 다시 영점 조정을 해야 할 것이 분명하다. 그것도 어쩌면 외상이 심했던 1997년 말보다 심각할 정도의 내상을 입은 상태여서 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할 정보가 쉽게 정리되지 않을 정도로 많을 수 있는. 그래서, 저자가 던진 질문,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 가장 일반적인 대답은 국가가 추구하는 목표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이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어떤 목표를 추구해야 하는가? 또는 국가는 어떤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가?(p.105)" 이 대답에 따라 국민 개개인은 누군가를 선택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의 상태는 어떠한가이다.

 

    최소한 대다수가 동의할 만한 이야기는 정의와 자유의 관계에 관한 기술이다. "역정권교체가 이루어진 2008년 2월 이후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우리는 이 권리의 일부를 다시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네르바 박대성 씨를 비롯하여 '전기통신법' 위반으로 입건되고 기소되었던 많은 네티즌들,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가 불이익을 당한 '유모차 부대'와 '예비군 부대' 대원들, 광우병 보도로 인해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체포당하고 기소되었던 방송 프로듀서와 기자들,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에 이름을 걸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은 자유권적 기본권을 행사했다가 국가의 보복을 당했다. 자유 그 자체가 정의는 아니다. 자유가 있다고 정의가 수립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유 없이 수립할 수 있는 정의는 없다(p.246)." 참 많은 사람들이, 많은 일들 속에서 문제시되고 잊혀지고 또 다시 잊혀지는 일들이 반복되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자유대한민국을 주장하는 조직의 단어에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아님에 그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여전히 답을 찾을 수 없다.

 

     동시에 대다수의 국민이 언론을 볼 때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시사점도 던진다. "소크라테스를 직접 본 아테네 시민들과 달리 우리 유권자들은 박근혜 후보를 직접 보지 못했다. 미디어를 통해서 보았을 뿐이다. 미디어는 박근혜 후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미디어가 왜곡되어 있으면 민주주의가 중우정치로 타락할 위험이 커진다. 지식과 생각이 없어서 긴 문장 하나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을 두고 언론은 '간결화법'이라고 추켜세웠다(p.124)." 저자는 이것을 생각의 실타래를 풀어서 하나의 문단으로 정리한다. 그러나, 최소한 영남대, 육영재단의 두 차례 분쟁, 정수장학회 등 손대는 것마다 문제가 커졌던 중심인물을 평가할 정확한 정보가 없었다는 것은 대다수의 국민은 몰라도 아는 세력들은 그것을 가려야 할 타당한 실익이 있지 않았을까가 지금의 보수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물론, 이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없다.    

 

    더운 여름날 냉국수를 보면서 경제가 생각나는 것은 탄핵된 대통령이 남긴 쓴 웃음이다. 경제를 불어터진 국수에 비유하는 문장을 들으며 연설기록관에 대해서 의아해했었는데, 이제는 그 사람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으려니 하고 넘긴다. 18대 대통령의 국어통사적, 문어적 발자취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