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들은 마법사를 잃고 난 후에야 존경심을 가지고 그 마법사를 떠올리게 되었다” (p.167)

    “저 사람들 절반 쯤은 자기들이 어디로 가는지, 왜 거기에 가는지 아는지나 모르겠어. 목적지데 도착하면 알려나” (p.177)

    로버(rover; 떠돌이, 방랑자)라는 강아지가 마법사 아르타제르젝스(솔직히 한국책에 길들여져 있던 요즘에 낯선 외국이름이 복잡해서 처음에는 몇 번이나 입술로 따라 말해봤다^^)의 바지자락을 물면서 마법에 걸려 생물(강아지)에서 무생물(강아지모형 인형)로 변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간단히 기록한 책이다.

    처음에 ‘J.R.R. 톨킨’이란 이름이 어딘지 낯익다 싶었는데, ‘반지의 제왕’을 쓴 할아버지였다. 책 전체 구성으로 보면, 전체내용은 그리 길지 않다. 오히려, 200-300페이지 혹은 그 이상의 책들이 많은 요즘에 본 내용은 140페이지 정도이고, 책 앞과 뒤에 글쓴이와 역자후기를 읽으면서 글에 대한 사전․사후 지식을 충족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외국소설 코너에서 이 책을 보았는데, 오히려 ‘아동문학’이나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 싶다.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도 둘째 아들 마이클이 갖고 있던 강아지 납 인형을 휴양지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잃어버린 것을 달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하니까.

    조르기 대장(소년의 표현에 따르면)이고 불만에 가득찬 로버는 마법에 걸려 인형가게에서 6펜스에 팔려 장바구니에 있는 새우와 함께 어느 집에 도착한다. 그 집 소년 중 하나가 유난히 애착을 갖게 되는데, 그만 해변에서 놀다가 로버를 놓고 집에 간다. 밤새는 동안 로버는 자신이 크기가 작아졌을 뿐 움직일 수 있음을 알게 되고, 모래요정인 프사마토스에게 부탁하여 아르타제르젝스의 분노를 피해 우편배달부인 갈매기 뮤를 타고 달의 길을 지나 달나라로 간다. 달나라에서 달 사나이와 이름이 같은 달 강아지를 만나 로버는 로버랜덤(Rover random;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강아지)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두 로버들은 흰색지대에서 달 사나이와 친하지 않은 화이트 드래곤에게 쫓기지만 달 사나이가 그를 공격하여 안전하게 된다.

    또, 회색지대를 건너 암흑지대인 달의 정원 뒤편에서는 소년을 만난다. 지구에서의 추억과 기쁨, 웃음과 그리움이 있는 그 곳에서 소년과 반가운 재회를 하고 마법을 풀고 싶은 마음에 다시 지구로 온다. 그 사이 마법사 아르타제르젝스는 인어 왕의 열 번째 딸과 결혼하여 깊은 바다속에서 태평양 및 대서양 담당 마술사(태대마; PAM)로 지낸다. 로버는 아르타제르젝스의 분노를 풀면서 마법이 풀어주기를 기다리는 한편, 그곳에서 또 다른 로버를 만나 열심히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그 와중에 아르타제르젝스의 차를 모는 상어의 옆구리를 로버가 살짝 깨물면서 7마리가 연쇄적으로 깨물고 마침내는 잠자는 뱀장어를 깨워 바닷속은 혼란스러워지고, 태대마를 지구로 보내라는 인어들의 원성으로 아르타제르젝스는 바다 집을 모두 정리하고 지구로 돌아온다.

    지구에 와서 며칠을 간청한 뒤, 마법은 풀리고, 원래 머물던 할머니가 계신 집으로 와서 깜짝 놀란다. 왜냐하면 그 할머니는 소년의 할머니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감동이나 눈물을 기대하기에는 거리가 멀다. 밝고 때때로 웃음짓게 하는 무엇인가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 영국역사를 알고 있으면 머릿속에서 더 많은 판타지를 그려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어쩌면, 아이들과 영국지도를 펴 놓고 지명을 찾아가면서 읽거나 연관된 영국사를 첨가해서 보면, 더 재미있을 듯 싶다.

    그리고, 고집불통인 강아지가 나름 광활한 모험을 하면서 겪은 마음의 성장이 다른 사람을 보게 하는 넓은 아량을 갖게 된 것도 교훈이라 하겠다. 어쩌면, 나의 또 다른 모습이,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군상들 중 일부는 또 다른 Rover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