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이 책이 흥행이 된다고 해도 보이지 않았다. 베스트셀러가 주는 순수함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순간, 그 책은 멀어지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반값할인이라는 말이 붙은 이 책은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읽었더니, 요즘 <화차>이후 이어진 미스테리한 분위기 덕분인지 중간중간 롤러코스터를 타는 짜릿함이 있었다.

 

    처음은 평범하다. 그저 사진기와 제목만 연결할 수 있었을 뿐. 그런데 읽으면서 점점 생각의 속도가 빨라지고 책장을 넘기는 속도도 점점 빨라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머리가 엉킨다. 왜? 이 사람은 왜 이런 선택을 한 거지? 미국수사팀이 이런 거 하나 못 잡아냈을까? 그런데도 눈에 빛을 내면서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왜 이 책 표지의 얼굴부분이 자세하고 조금 크게 확대해서 보여주려 했는지 가늠하게 된다. 벤저민은 현재 만족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그가 선택한 삶을 보고 잠시나마 희열을 느꼈다면, 그건 단순히 작가의 능력덕분이라고만은 치부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객관적인 지표로 괜찮은 것과 자신이 행복한 것의 차이. 이 차이를 줄여나가려고 하는 것. 그것이 안 되었을 때 과연 벤의 선택을 따를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는 건 20세기 후반부터 미국사회에서 끊임없이 던진 질문과 미국사회의 모습이다. 영화 <아메리칸 뷰티>를 보고 이해할 수 없었던 미국이란 사회. 그런데, 어쩌면 한국사회도 <빅 픽쳐>에서 벤이 사진기에 담아낸 색채와 분위기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 흥미롭고 더 빠져들게 되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