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좋은 의미로도 쓰일 때도 있지만, 비장미가 흐르다 못해 철철 넘치는 피없이는 이야기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될 때도 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회고하는 방식인데, 공감과 동정, 벗을 얻었던 데 대한 동경과 잃고서 글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마음이 가득하다. 

       노사모 회원이면 모르겠는데, 일반 국민이면, 고인이 되신 전직 대통령에게 갖는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듯 싶다. 뭔가 해보려고는 했는데, 배웠다고 하는 층에서는 '해봤자 결국 거기서 거기, 되는게 있겠어?'의 자조가 가득했고, 하루벌어 먹고사는데 급한 층에서는 '뭔가 제대로 좀 해 보지, 대통령되더니 바뀌는 거 없다'는 식의 등돌림이 가득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기대를 걸었던 현재 경제에 대한 붕괴 혹은 침체현상과 고인의 부재의 느낌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이 책의 느낌은 단순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단순히, 벗이 생을 마감한 벗을 기억하며 아름답게 보내는 노래라고 하고 싶다. 서두에 나오는 도종환 시인의 '멀리가는 물'이라는 시가 말해주듯이, 어차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라면, 좀 더 멀리가기 위해 현명하게 사는 방법을 택해야 하지 않나, 그러나 방법에 있어서만은 자신에게 떳떳하고 미안하지 않은 것으로. 

      이 책 덕분에 대한민국에서 검찰이 갖는 의미가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지방법원 지원에 붙어있는 검찰은 주민자치센터장처럼 친근한 이미지였는데, 죽음과 피를 부르는 주술사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지역적 거리의 차이일지, 개인적 성품과 조직생활이 부른 변형일지.

       참여정부를 멋지게 노래한 글이었다면, 그다지 매력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과감히 이야기한다. 앞으로 밀어내라고. 그래야 지금 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그 곳을 채우며 나갈 수 있다고. 70-80년대의 사회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도 새롭다. 어떻게 살아낸 세대였는지 가늠할 수도 있고. 핑크빛 색채는 아니지만, 엷은 노란빛을 띠는 색을 한껏 풀어놓은 듯한 느낌이 남는다. 조용히, 가만히, 기억의 실타래를 풀어가며 사진첩을 넘기며 조곤히 이야기하는 어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