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죽기 살기로 뛴다. 어떤 목적지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조그만 공이 하나 내 발에 있기 때문에. 다른 경기를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축구선수, 힘들겠다는 생각을 한다.

      야구선구, 먹는 것에 제한없다. 때로 내야수가 수비실책을 하면, 조금만 좀 유연했어도...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훈련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장비를 갖출 수 있는 경제력도 있어야 하고 ’우리’의 개념아래 1군/1.5군/2군이 함께 뭉쳐야 한다(이건 다른 운동도 그렇긴 한데...).
      농구선수, 일단 키 작으면 프로입단했어도 알아서 그만둔다. 그렇다고 키가 능사는 아니다. 순발력이 늦으면 수비전환 늦고, 공격하다 블로킹 당한다. 게다가 체중조절 못하면, 무릎에서 물 빼는 일이 더 많다.
      배구선수, 상대적으로 깨끗하다는 인상을 준다. 상대편 선수와 부딪힐 일도 적고, 가끔씩 심판의 결정에 이의제기하는 정도? 다른 것은 농구선수와 좀 비슷하게 느껴지고.
      미식축구선수, 각종 장비를 착용하고, 목숨걸고 뛴다. 라인 하나를 넘기 위해서. 정말 단순한 운동인데,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된다. 가장 원시적이기에.

      축구선수. 어느 스포츠나 ’과학적’이지 않으면 선두에 서지 못하는 시대이기에 ’스포츠 과학’은 그냥 전제로 두자. 선수들의 모습만 봤을 때, 몸싸움하며 달리고, 달리면서 공간능력 파악하고, 창출된 공간에 같은 팀과 다른 팀의 유무를 파악한다. 머리, 발, 눈이 함께 움직이는 멀티 태스크적 능력. 여기까지만 해도 괜찮다. 그런데, 때로는 0:0으로 끝나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뛴다고 해서 ’우리’가 좋은 결과를 만들지는 못한다. MF에서 공을 뺏고 돌리고, 크로스로 올려도 FW가 미적지근하면(이럴 때는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머리와 입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때가 있다), 지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아무리 골을 넣었어도 DF에서 지키지 못하면(아르헨티나 전을 보며 국민세금,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다가도 대한축구협회의 부유함에 그 생각 자체를 그만뒀다) 또 뛰어야 하는 MF와 FW가 있다.

      처음, J.S.Park이 빨간 Man U 유니폼을 입었을 때, 믿지 않았다. 인터넷 합성이려니...했다. 그런데, 그가 해냈다. 프리미어리그에 한국인(최소한 키 작고 빠른 동양인)의 인상을 심어주는 작은 점을 찍었으므로. 기쁨보다 놀라움이 더 컸었다. 그런데, 지금 몇 년 째, 그의 존재는 그 위치를 지키고 있다. 단순히 유니폼을 팔기 위한 숫자를 지닌 기능이 아니라 ’심장을 2개’가진 선수로.

       MF 중에서 어머니께서 이영표 선수를 좋아하신다. 부지런히 뛰면서 몸으로 공을 막고, 발재간으로 수비수들을 돌리는 능력. 무엇보다 정신없이 땀흘리며 보여주는 부지런함이다. 그리고, 박지성. 그는 이미 ’대단한 놈’으로 생각하신다. 노력, 근성만으로 한국사회에서 이름을 떨친 사람. 운동선수에게 필수인 K,Y대학교 졸업장 없이도, 프로팀의 지명없이도, 홈팀 팬들의 야유속에서도 성실함 하나로, 자신의 신념 하나로 성공한 모습. 그래서, 가끔씩, 박지성의 노력이 나에게도 있었다면, 지금쯤...^^

      박지성의 인터뷰에서 ’---때문에,---때문에,---생각합니다’라는 말이 어색하더라도 그의 말이 지닌 진정성 덕분에 어떤 화술가보다 더 세련되게 느껴지고, 이젠 그 말이 박지성답게 느껴진다. 최소한 박지성 선수라면 위의 말이 들어가야 ’진짜’ 박지성 선수일 것 같은 느낌!^^

      이 책은 표지부터 박지성 선수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골을 넣고 환호하고, 어시스트 덕에 동료들과 함께 어울려 기뻐하는 모습 대신, 상대편 공격선수를 막느라 숨이 차도록 뛰어다닌 그의 모습. 흙투성이에 땀범벅이 되었지만, 그의 모습은 화장하고 조명밝기까지 맞춘 모델들보다 더 화려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마지막 부분에 선수의 모습보다 인간 박지성의 모습을 담아냈기 때문에, 자신이 미디어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진짜 나를 찾고 싶은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나오는 2008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내용부터, 퍼거슨 감독에 대한 급상승된 분노 덕분에 오히려 이 책 전체를 박지성 선수편으로 만드는데 일조한다. 독자가 전적으로 박지성 선수 편에서 책을 읽도록 하는 힘이 있다고 보면 된다.

      욕심이지만, 2014년 브라질에서 한 번 더 선수로 뛰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혹시나 분데스리가에 간다 하더라도(퍼거슨 감독의 말은 알아서 생각해야 하므로) 지나친 경기일정으로 혹사(?) 당하지 않는다면, 브라질 땅에서, 열광적인 브라질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한 번 붉은 색 기운을 전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