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가장 이상하게 생각했던 부분. 남자 탤런트가 여자 탤런트를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였다. 같은 직업인으로 보는지, 아니면 저속한 표현으로 이야기되는 저잣거리의 표현으로 보는지. 이 때, 남자 탤런트 출신이 문화체육부 장관이었기 때문에. 공직에 한 번에 있던 것도 아니고 이 사건이 흐지부지 끝나고 좀 지나서 문화관련 공직에 다시 있었기에. ​그래서, 이것은 처음부터 문화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게임이었을 거라 생각하기에 충분하다.

 

    이 책의 상황, 배틀 그라운드 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한 쪽은 팀이 아니라 한 명이, 다른 상대는 수 백명은 되는 듯 하고 아이템 또한 비교할 수 없이 강하고 세다. 이길 수 있을까? 물론, 한 명에 해당하는 사람은 저자다. 상대방은 2009년 수사 초기부터 관련된 경찰, 검찰, 권력 관계자들, 고인에게 가해자에 해당하는 사람들 및 관계자들, 방송과 영화 관련자들까지. 책을 읽다보면, 이렇게 가해자와 이해관계자가 많은 사건에 기자들은 왜 학생인 저자만 쫓아다녔을까 궁금해진다. ​동시에 한 명이지만 국민청원이 그 많은 명수를 기록했다는 것은 여러 이유로 사건이 밝혀져야만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제목을 스치듯 지나쳐 보면 13번째 증인 쯤으로 보게 된다. 그런데, 증언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면 13번이란 횟수에 눈이 다시 가게 된다. 그렇게나 많이? 그래서, 이 책 제목을 제대로 보면 13번째나 증언을 하는 동안 다른 사건의 경우에 참고인이나 피해자가 저자만큼 당차지 못한 경우라면, 사건이 뒤집어지는 경우가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많은 증인들 중에서 왜 가장 어린, 그리고 여성인 사람이 유일하게 증언을 했을지도.

     이 책 문장들 중에서 사람에 대해 알려주는 글들이 있다. 사실관계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가늠할 수 있는. ""어떻게 할까..." 무심결에 내뱉은 혼잣말에 알 수 없는 슬픔과 착잡함이 배어 있었다...(후략)...(p.93)." "조문을 마쳤지만, 썰렁한 빈소를 그냥 나올 수도 없었다. 더 정확히는 자연 언니를 그곳에 남겨두고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함께 빈소를 지키기로 했다(p.99)." 대개 20대 초반의 대학생이라면,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빈소를 지키지 않는다. 그것도 거의 20대 초반에 올려다 보면 7-9살 차이는 어마어마한 나이임을 감안하면. 고인에 대해 변하지 않는 사실관계는 '이 사람이 말하는 것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는 확실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내게 소속사는 직장이었고, 나는 배우라지만 회사에 소속된 직원과 다름없었다. 당연히 곤욕스러웠던 그 자리가 더군다나 위약금 1억원과 관련이 있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p.118-119)." 소속사가 있는 배우와 없는 배우의 차이가 얼마나 큰 지 알지 못하지만, 소속사를 찾느라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보며, 그 당시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불공정 계약이라는 사실을 누군가 알려줬더라면, 저자가 아쉬워하는 고인에 대한 마지막 장면 또한 수정되었을 지도 모른다.

 

    저자의 10대와 20대를 보면서 '참 부지런히, 열심히 산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우를 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다양하게 도전하는가 싶을 정도로. 일이 잘 안 풀릴 때 연극무대까지 서면서 기회를 찾는 모습은 의외다. 그래서, 고인이 된 배우와 성격이 많이 다르다는 느낌도 받는다. 저자는 판단을 내릴 때 뜻밖의 누군가가 하지 말라고 말해주거나 자신이 아니다 싶으면 거절하는 반면, 고인이 된 배우는 헤어나오지 못했다는 것. 동시에 저자는 사랑과 배려, 일이 잘 안 될 때 달려와서 안아주는 가족이 행간에 보일 정도로 눈에 띈다. 그래서, 저자와 함께 힘든 시간을 보냈을 그 가족들의 안녕을 기원한다.

    이 책에서 놀란 부분은 2군데다. 캐나다 의사의 말과 다른 성폭력 사건에서 경찰들의 말. 전자는 우리나라에서 그래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후자는 거짓말인 것 같아서다.

 

    "의사가 나를 불렀다. 예전 정신과에서 처방을 받아 복용했던 약을 확인했더니 부작용이 심한 약이었고, 내 증증상에는 맞지 않는 약이었다고 했다. 담당의는 내게 의료소송을 할 마음이 있는지 물었다(p.195)."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의 다른 사건 이야기, 단역배우였던 두 딸을 잃은 피해자 엄마의 이야기는 뉴스에서 사건경위만 말할 뿐 조사자의 자세를 말하지 않아서 보고도 믿기 힘든 말들이다. "588 가면 하루 30명 상대해도 돈 벌로 자가용 끌고 산다." "12명 상대한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 얼굴 좀 보자." "12명이란 잔 사람이 이 아가씨야?"

    <책을 끝내며>에 담긴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적었다는 것, 읽는 사람은 다 알지 못하지만 저자의 곁에서 힘이 되어 준 사람들의 이름은 고인이 된 배우 옆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면...그런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배우 지망생과 신생기획사는 앞으로도 많이 생겨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상처받는 사람은 나와서 안 되기에.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사람은 고인이 된 배우의 언니다. 매니저가 배우도 아닌 언니를 대한 문장이 오히려 충격이었기에. 사람의 말이나 글이 할 수 없는 위로가 그녀에게 머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