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하다"는 수식어를 어제 뉴스 속 인물소개에 주변 사람들이 말한다. 직책에 소개되는 인물이 답변하는 것을 보고 이런 말을 해야 할 정도의 경제 10대 대국, 혹은 민주주의 성숙도가 높은 나라. 우리사회가 곳곳에서 무너지는 동안 아무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래서, 항상 질문은 우리나라 같은 경제-정치 사회 배경에서 '어떻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일어날 수 있지?'가 연결된다.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많은 증거와 녹취기록들이 드러나겠으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J.S.Nye교수가 어떤 현상을 정치사회학적으로 분석한 글이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빛을 낼 때가 많다. 2016년 10월 말 이후의 한국사회를 보면서 처음에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과연 그것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일반 국민의 잘못은 아니다. 있다면, 제대로 인물을 보지 않고 투표한 그 때이거나 모든 것 중에 일부분만 드러났음에도 충격인데 여전히 공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거나.

 

    그래서, 이 책을 읽었는데, 드는 생각은 하나다. 이코노미스트 지 한국지사 파견근무경험이 있거나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특히 영국계)인 교수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가능했던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좋은 분석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보수언론, 보수성향의 정당과 소속정당, 보수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 보수정권에서의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이해와 한국의 군부 독재정치시기와 보수정권- 이 책은 보수의 가치와 군독재를 분리해서 설명한다-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처음에 보수에 대해 궁금한 점은 왜 저 분을 저렇게 '배치'하는가였다. 조훈현 9단이 작년 12월과 1월에 어디에 있었는지를 TV뉴스화면 속에서 순간적으로 찾을 수 있다면, 아마도 이런 생각 한 번쯤은 하게 될 수밖에 없다. 도대체 보수정당에게 사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보수와 품격이 동의어가 될 수 없는, 오히려 북한체제에 어울리는 '조작과 선동'이라는 개념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았다. 청와대가 기업의 돈을 이용해 탈북민이나 저소득층의 어른들을 '사용'하는 것, 국정원 댓글사건이라는 말처럼 정권초기부터 마지막까지 권력기관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 모를 정권이 보수인가 하는. 박근혜 정권을 가짜보수라고 할 수 없는 까닭도 어느 순간에는 상당 부분 혹은 일부분이라도 뭔가를 알았을 사람들이라는 판단이 라디오나 TV속에서 인지되는 상황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는 선거기간동안, 정당후보자들의 말과 행동, 그들과 함께하는 정당 내 국회의원들의 언행과 가치, 선거 후의 반응과 대응을 보면서도 여전히 드는 생각. 이 책은 한국의 보수 혹은 보수정치인과 보수유권자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에드먼드 버크의 글을 상식적으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했으나, 한국에서는 그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잃어버린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저자의 글도 한국의 보수는 약간만 이해시킬 수 있다. 특히 기독교와 지난 9년의 보수정권의 명백한 혹은 잠재적인 유의미한 관계는 저자의 설명과 완전히 반대지점에 있다. "책임감 있는 정부는 법에 대한 존중심을 통해, 공공심을 통해, 고백의 문화를 통해 등장한다. 그런 미덕과 유대 기독교적 유산 사이의 관련성이 우연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그것은 여러 세기에 걸쳐 회개라는 책무를 강조해온 문화를 무시하는 태도다(p.36)." 여기에서 보수와 기독교는 어떤 관계로 봐야 하는지도 궁금해진다.

 

     영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당연하게 생각하는게 한국 사람은 궁금한 것일 수 있기에 이 책저자가 말한 문장 여러 부분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다만, 저자가 과연 보수주의가 존재하기나 한 것인지 회의적으로 사회를 바라볼 때, 한국에서 뉴스를 통해 듣는 '보수'라는 말이 공허하다. 그 이유는 '보수'이후에 붙는 언론, 정당, 정치인, 유권자의 개념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답을 찾을 수 없어서. 오히려 그들은 권력쟁취와 유지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가. 책임이나 준법성처럼 교과서에서 보았던 가치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기에.

 

    TV화면 속 자그마한 사내 하나가 앉아있는데, 진성 당원 3만명이 모이는 게 쉽지 않은 대한민국 현실이라고 반대의견에 제시한 문구가 바른 정당과 연결되며 '개혁'이 아니라 '합리'를 붙였더라면 오히려 기치로는 어르신들한테는 덜 거부감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