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맛있는 생크림 케이크를 연상하게 한다. 경제학을 베이스로 하고 사회, 법학, 이론과 실물 경제, 근로자 입장에서 혹은 기업가 입장에서의 기업 경영, 조직의 민주화에 관한 내용을 얇은 층으로 수십겹 쌓고 생각과 관찰이라는 생크림을 살짝 얹은 듯한. 경제이야기라고 하면 딱딱한 분위기를 연상하기 쉬운데 상식을 깬다. 저자가 자신에 대해 "앞뒤 안보고 뛰어내린다"고 말한 것처럼. 

 

    처음에는 저자가 궁금했다. 그런데, 읽으면서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는 동안 이익은 보지 않더라도 손해보지 않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유기적으로 언급한다. 경제는 경제 단독의 문제가 아님을. 그리고, 자신이 어느 그룹에 속하거나 속하지 않더라도 불평등이나 가치문제에서 떨어져 있지 않음을.

 

    예를 들면, 청년실업문제를 이야기할 때도 정치인들이 제시하는 것처럼 방안만 놓고 보지 않는다. "청년실업 문제는 경제 전체적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생겼습니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안되는 이유는 경제성장률이 떨어졌기 때문이고요. 경제성장률을 올리는 일은 지금처럼 가계부채가 엄청나고 내수가 죽어 있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경제의 독과점 구조와 대기업 노동자들의 이기주의로 더욱 경직되어 있어요. 게다가 근대에는 한국 특유의 인구구조 문제도 겹쳐 있습니다(p.15)." 처음 몇 장에 불과한 여기까지만 읽고도 이 책의 가치를 알 수 있다. 특히, 딱딱할 수 있는 서술을 문답식으로 주고받기 때문에 읽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살펴볼 수 있는 점도 괜찮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살펴 읽다가 마지막에 경제성장에 다다르면, 앉아서 2시간동안 이야기하기에는 거대한 의식구조의 틀이 보인다. 오바마 정부의 2%의 성장률에 미국시민들이 웃으면서 오바마를 보낼 때, 우리는 3%의 성장에도 우울한 소식을 들어야 하는 상황을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소득의 비중이 적은 구조에서 찾는 지점은 다시 첫 장으로으로 돌아온 듯 하기도 하다.

 

    책 중반에 정치와 경제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이미 국회의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지난 몇 달 동안 대충 겪었기 때문에 - 만약, 그들이 스스로 알아서 국민의 뜻을 대변했다면 촛불을 들고 춥고 공기가 탁한 주말에 거리로 나가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므로 - 2주 남짓한 기간동안 대충 살펴보는 게 아니라 하나의 정당이 어떤 사고방식으로 우리나라를 보고 있는지, 그 당에서 지역 혹은 비례로 내세운 사람은 어떤 자질을 갖고 있는지, 우리의 경제와 경제관련 입법을 맡기기에 괜찮은 사람인지 살펴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궁금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식은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