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을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가끔씩은 누군가의 글이나 말 모음을 읽으며 그 사람을 보는 방법이 괜찮기도 하다. 특히 알기 어렵거나 굉장히 무거운 분위기의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있을 때, 예를 들면 밀란 쿤데라나 헤르만 헤세같은 분위기의 문학가를 들여다보며 오해했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는 더욱 그렇다.

    절망적인데 비관이나 염세적 분위기로 흐르지 않고, 자꾸 말을 반복하며 존재의 가치를 되새김질하는 것을 보면 삶이 그래도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꿈, 희망, 예술, 사랑, 인생에 대한 아주 짧거나 짧은 말들이 이 곳에 있다.

    <데미안>, <싯다르타>, <유리알 유희>, <크눌프>, <게르트루트>,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전쟁과 평화>, 서평집, 유고집, 서간집 등. 그의 글이 닿아있는 모든 것에서 그가 본 인생의 각 부분을 끌어내 주제어별로 한 곳에 모아놓았다. 평론이나 작은 소품집에 이르기까지 그의 글을 모두 찾아서 읽어 볼 수 없는 사람에게는 그래서 더 가치가 있다.

    "우리가 세상에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조용히 주의 깊게 관찰하기만 한다면 세상은 성공한 사람들이나 세상의 인기인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많은 것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관조 능력은 탁월한 기술이다. 그것은 치유와 즐거움을 마련해주는 세련된 기술이다('화가 헤세' 中에서; p.230)." 

    문장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유리알 유희>의 부분이다. <전쟁과 평화>에 나옴직한 말들이 여기에도 있었던가 싶은데, 아마도 헤세의 글이기에 가능해 보인다. "자국민이 감당해야 할 행위, 일, 희생, 위험들을 회피하는 권력자는 비겁자이다. 그러나 정신생활의 원칙들을 물질적 이익 때문에 배반하는 자, 다시 말해 이 곱하기 이가 무엇인지 권력자가 결정하도록 내버려두는 자는 그 이상의 비겁자, 배신자이다!(p.122)"

    그리고, <데미안>의 문장들은 발췌로 읽어도 여전히 도전과 투지, 인생에 갖춰야 할 태도에 관한 메시지를 강하게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