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야구경기인데, 오늘처럼 갈릴 때가 있다.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스의 잠실 경기, 한화 이글스와 기아 타이거즈의 대전 경기. 8:7로 갈리는 경기면 재미있을 법도 한데, 오히려 잠실 경기가 더 모든 것의 총집합이었다.

 

    1. 1회의 홈런, 투수의 성장세가 보인다.

    몸이 채 풀리기도 전에 선발투수 모두 홈런을 허용했다. 그런데, 리즈는 웃으면서 자신의 경기를 빨리 찾아서 했고, 차우찬 선수는 특유의 볼넷허용으로 자신에게 많이 미안한 경기를 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점은 리즈 선수의 성장세다. 이 선수가 몇 년 전 그 선수인가 싶을 정도로 안쪽 슬라이더가 잘 꽂힌다. 던지는 수준이 아니라 확실히 자신의 공이 된 공. 한국시장을 만만하게 보고 그냥 돈만 간신히 벌어가는 선수들이 많은데도 한국 특유의 야구스타일에서 퀵모션 속도와 스트라이크 범위를 자신이 스스로 넓혀서 던질 줄 아는 성실함이 보인다.

 

    2. 도루사와 사사구, 그리고 지혜로운 심판.

    이미 끝난 경기니 편하게 얘기할 수 있지만, 초반에 두 팀 도루사가 있을 때는 경기분위기가 어느 쪽으로 흐를런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6회 초에 리즈의 볼이 문제가 될 수도 있었는데 심판이 얼른 선수 앞으로 와서 얼른 등을 두드리며 안정시킨 것은 지혜로워 보였다. 32번. 그리고 7회 말 빈볼은 아무대로 덕아웃에서 선수들의 요청(?)으로 중간투수가 해야 하는 과제처럼 보였다.

 

    그런데, 여기에서 갈린다. 리즈 선수는 자신의 공이 손에서 빠져서 미안함을 보이면서 타석을 등지고 1루수와 공을 주고 받았고(어깨가 식으면 안 되므로), 안재만 선수는 사구 이후에 자신의 페이스를 잃었다. 아무리 자신의 뜻으로 던진 공이 아니라도 마음에 무엇인가 꺼림칙하다면 던지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면 승부를 뒤집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경기가 끝나고 이병규 선수가 최형우 선수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의 상황을 짧게 소통한 것도 보기 좋았다. 그냥 짐싸고 나가면 다음에 다시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그 날 경기에서 양해를 구할 것은 구하는 것. 그게 좋은 태도이지 않을까?

 

    3. 양팀의 마무리.

    오랜만에 오승환 선수와 봉중근 선수가 모두 등판하는 경기를 봤다. 아예 큰 점수차가 많거나 시즌 마무리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야 함에도 순위경쟁이 치열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그들이 던지는 공의 속도보다 정확도, 어느 구질을 어떤 카운트에 던지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다.

 

    4. 감독의 머리싸움

    보통 이런 경기에서 감독의 큰 작전보다 관중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작은 사인들의 앞뒤가 맞아떨어질 때가 있다. 대타, 대주자처럼 눈에 보이는 작전보다 그 날 어떤 선수를 좌익수 혹은 중견수에 기용하는가, 상황에 따라 강공으로 갈 것인가 번트를 댈 것인가. 이런 작은 경기의 운용의 미가 쏠쏠한 경기가 오늘 잠실경기였다.

 

    5. 잠실구장의 그 많은 관중들.

    LG선수들의 응원가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응원가를 부르는데, 이 맛에 서울팀 선수를 하는가 싶다. 중간에 라디오로 들어봤는데, 선수단을 상품화시키는데 이제 빛을 보는 듯.

 

    앰뷸런스에 실려간 배영섭 선수의 건강을 기원한다. MRI로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조심하면서 운동하고 페이스도 잘 찾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