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에 우호적인 시선을 가진 어른이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중국이야기다. 다른 나라로 여행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중국도 모르면서 어떻게 제대로 된 세계관을 가졌다고 할 수 있겠니?"라고 말하는 대만의 아버지. 그가 중국의 주요도시에 발을 디딘다.

    헤이허와 하얼빈, 선양/베이징/다롄, 다롄/칭다오/상하이, 상하이, 홍콩. 이렇게 묶은 까닭은 중국의 역사를 시작으로 경제발전에 소외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대만인이 공감하는 부분에 대해 적지 않은 분량을 말한다. 그리고, 과연 중국의 개혁논리와 정치이념은 무엇인가 설명하고 상하이라는 거대도시를 통해 다층적인 면을 상하이방과 신드롬, 각종 사건을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금융도시 홍콩에서 중국 본토와 다른 체제이면서도 같은 곳을 지향하는 모습, 공산당과 다른 행동을 하는 정치인들을 통해 중국이란 나라를 크로키로 그린다.

    이미 중국에 대해 조금은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시시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인 혹은 중국에 오랫동안 체류한 외국인이 쓴 글이 아니라 대만인이 쓴 이야기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머무르지 않아도 그곳의 역사와 사회를 알 수 있는 사람이라서. 북한에 대해서 다른 나라가 말하는 것과 대한민국 국민이 하는 생각이 다르듯, 중국을 보며 느끼는 감정도 제3자인 우리가 보는 시각과는 분명히 다른 면이 있다. 성장우선주의를 겪은 대만의 모습을 다롄에 투영하며 "자전거가 적다는 것은 지방정부의 교통 단속이 엄격하다는 뜻이다(p.179)."로 말하는 것은 의외의 시선이다. 혹은 "내가 들은 이야기 중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한 중국인이 했던 '대만을 잘 보호해야 한다'는 말이다(p.140)."처럼 다른 주권국 국민이 말하는 어조도 들을 수 있다.

    칭다오가 한국기업들이 많이 진출한 지역이라면, 선양은 대만기업들이 대거 진출해서 희망을 꿈꾸는 곳이다. 중국 덕분에 세계브랜드 1위를 하는 기업들이 10손가락에 가득 찰 정도니 엄청난 중국의 소비력에 다시 한 번 놀란다. 700억 봉의 라면소비면 도대체 얼마인지...

    "베이징에 가봐야 자기 직급이 낮은 걸 알고, 상하이에 가봐야 자기 돈이 적은 줄 알고, 하이난에 가봐야 자기 건강이 나쁜 걸 안다(p.291)." 행정, 정치, 경제로 분리해서 중국대륙을 설명하는 말이 어디에서부터였는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도 큰 소득이다.

    그리고, 중국에 대한 이중적인 평가가 나오는 근본원인 중 하나인 문화지체 현상과 관련해 26위안 종업원에서 든 생각이 중국발전에 대한 생각을 멈춘다. "문제는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너무 적고 배워야 할 사람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국제무대에서 무시당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받기를 바라지만, 그들의 바람이 이루어지려면 적어도 세 세대쯤은 지나야 할 것 같다(p.114)."

    내국인이 아닌 당사자의 시선으로 보는 중국이라 그런지 정치적으로 할 말은 하고 경제적인 뒷그늘에 대해 상념이 많다. 그런데, 막연한 게 아니라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