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암을 처음 본 건, 서양의 근대적인 화법과 색채를 나타내는 <송도기행첩> 작품들었다. 그런데, 유난히 그가 78세에 그렸다는 그림 하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결국 도록을 펼치고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작품 <난죽도>를 들여다보던 중, 이 책이 들어왔다. 그 많은 소재 중에서 왜 난과 대나무일까?

 

    보통 조선시대의 문화를 구분지을 때 15-17세기, 18세기, 19세기 이후로 많이 나누어서 보기 때문에 이 책의 분류법은 낯설지 않다. 사군자를 하나씩 떼어 설명해서 내용파악이 쉽고 하나씩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만화책만큼 재미있다고 하면 과장될까?^^

 

    이 책에서 '역시'하면서 본 작품은 문인이나 화원이 아닌 임금이 그린 그림이다. 정조가 비단에 수묵으로 표현한 <야국>. "담백하면서도 간결하게 그려진 국화와 풀벌레의 재치있는 표현(p.216)"으로 설명되는 이 작품은 정치 뿐 아니라 서찰과 글씨, 그림으로 자신을 잘 표현한 한 사람을 보게 한다. 그러다가 <사군자팔폭병>을 보는 순간 '왕이구나!'라는 생각이 다시 돌아온다. 근엄한데 웃음을 잃지 않고 장난기까지 보이다가 다시 체통을 지키는 사람이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희룡의 <매화서옥도>를 다시 보면서 멍~하다가 뒷장 전기의 <매화초옥도>와는 또 다른 서사성에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이 그림 둘만 보면서 단 3페이지에 불과한 이야기에 시대구분인 줄 안 전기가 사람이름임에 웃다가 조선시대 예술인들의 경지를 보며 겸허해지고 그림자체에 따뜻해지는 마음의 변화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어떻게 설명할 수 없이 많은 작품들과 문인들, 그리고 그들의 생각과 시대배경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되어 천일야화보다 더 많은 이야기로 구성된다. 이야기보다 한 폭의 그림의 느낌이 깊이가 그립고, 눈이 새로운 것을 찾으며 그림과 이야기하고 싶을 때, 감동과 사색으로 볼 수 있는 그림과 인물을 담은 역사책을 들여다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