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이 책을 넘기면서 드는 생각이다.

 

    그림이 아른거릴 때가 있다. 특히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다녀오고 나서 누군가의 화풍이나 붓질 혹은 그 그림 자체의 주제나 질감이 머릿속을 사로잡는 경우에는.

 

    미술관련 책을 뒤적이다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산수화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꾼 꿈과 현실과 정취, 꿈을 이룰 수 있는 공간에 대해 나누어 설명하는데 쉽게 그림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간송미술관에서 본 포암의 작품과는 다른 느낌의 <이제묘도>와 <미법산수도>는 그의 그림의 기법이 굉장히 다양했음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아무래도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조희룡의 <매화서옥도>와 김홍도의 <송석원시사야연도>이다. 조희연의 작품은 보는 순간 멈칫하게 하는 느낌이 있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 이 그림을 대하고 있으니 따뜻하면서도 서늘하고 그 해설을 통해 그림을 좀 더 이해하게 된다.

    김홍도의 작품은 이인문의 작품과 연계해서 두 그림이 같으면서도 다르게 보이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 김홍도를 다시 보게 한다. "그림 속 인물들을 보니 모두 조선의 도포를 입고 갓을 쓰고 앉아 있다. 이 당시 아회도류 그림에 중국 복식을 입고 고전적 아취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과 사뭇 다르다. 그림 속 그들의 모습을 좀 더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은 유명해진 송석원시사의 자존심이 아니었을까(p.150)"

 

    그림을 그림이 주는 느낌에 따라 나누고, 한 그림을 세부적으로 자세히 설명한 이야기를 그림의 힘이 이야기의 힘만큼 많은 이야기와 시대를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