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외수 외에 자주 듣는 말은 소설가 이외수이다. 분명히 에세이집도 더러 쓰셨고, 시도 쓰셨는데...그런데, 이 책을 읽는 순간, 글쓴이는 그저 사라지고 나에게 나지막히 글로 인사하는 한 사람을 볼 것이다. 그러면서, 어쩜,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잘 알까? 잘 이해했을까? 동의하는 자신의 모습을 볼 것이다.

     때에 따라, 사람의 마음변화를 이렇게 잘 표현했을까? 싶다. 사람의 마음. 간사하다고들 하지만, 사람의 마음만큼 정겹고 안타깝고,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그런데, 하루의 삶에도 사람의 마음은 수십 번씩 바뀐다. 그런데, 이 책이 더 와 닿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어느 시간에서든 꼭! 맞아떨어지는 시들이 한 편씩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외수 작가의 골수팬은 아니다. 그저, 책이 좋을 뿐.^^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계산해 보아도, 아침에 씻고, 밥먹고, 아침뉴스를 보는, 그 짧은 시간에도 나의 마음은 이미 5-6번은 바뀐다. 이럴까? 저럴까?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선호의 문제이기도 하고, 싫고 좋음의 반영이기도 하다. 어디 그 뿐인가? 정말 정신없이 보내는 하루의 경우에는 내 정신이 잠깐 외출했다가 밤 늦게서야 돌아온다. 그제서야 혹시 잃어버린 물건은 없는가? 내가 챙겨야 할 것들은 잘 챙겼는지 확인한다. 이런 상황에서 만나는 시. 눈물난다. 그리고, 미소를 전해준다.

     솔직히, 책 디자인이 문학책으로 하기엔 좀 아깝다 싶을 정도로 좋아서 끌렸다. 책을 넘기다 맘에 든 시 한 편 옮긴다.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두고
                                                                       이외수 詩
살아간다는 것은 /  저물어간다는 것이다 /
슬프게도 / 사랑은 / 자주 흔들린다 /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 저물고 / 
노래도 상처도 / 무채색으로 / 흐리게 지워진다 /
나는 / 시린 무릎 감싸 안으며 / 나지막이 /그대 이름 부른다 /
살아간다는 것은 / 오늘도 /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pp.5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