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강력추천!(이렇게 말하니까 꼭 책판매원 같다~^^)    역사서 말고 이렇게 좋다는 느낌이 드는 책은 요 근래에 처음이다. 요즘처럼, 아니면 오늘처럼 죽음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때에는...

    “삶이 네게 손짓한다고 해서 삶이 항상 너를 호의적으로 봐 준다는 의미는 아니란다. 그건 네가 여행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일 뿐이지. 얼마 지나지 않아 너는 그 여행 속에 실망과 실패, 슬픔, 좌절, 권태 그리고 의심 등이 함께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 네가 네 자신의 결단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패한테 질질 끌려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을 테고 말이다.” (p.64)

    “희망은 노력을 끌어내고, 또 그렇게 하도록 우리를 부추기기도 하지. 희망이야말로 우리로 하여금 몸을 앞으로 내밀고 한걸음 내딛도록 할 수 있느니라.” (p.144)

    “할아버지,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죠?”라는 손자 제레미의 질문에 ‘늙은 매(라코타 인디언 부족)’가 인생에 대해 설명한 명상집이며, 묵언집이다. 다른 명상집이나 삶의 방식을 일러주는 책과는 좀 다른 맛이 있다. 인디언이라는 저자의 특성일지 모르겠지만, 대화가 지루하지 않게 이루어지고, 중간중간 예화를 적절히 섞어가며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삶, 받아들임, 용기, 담금질, 강인함, 노력, 정신력’ 등의 단편화된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분절된 듯 한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 인 듯하고, 총체적으로 하나의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해진다. “그래도 계속 (살아 나아)가라”

    이 책은 자꾸 어렸을 때 읽었던 포리스터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의 이미지와 겹친다. 주인공 꼬마 인디언이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살면서 느꼈던 마음 따뜻한 장면이, 인생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손자에게 들려주는 할아버지의 따뜻한 장면으로 겹쳐져서일까? 솔직히, 이 책은 좋은 구절이 정말 많아서 어떻게 정리할 수가 없다. 책의 앞, 뒤에 나온 구절도 좋고, 각 장의 처음에 있는 짧은 구절도 좋고, 예화도 따로 떼어 그 내용이 필요한 이에게 들려주면 참 좋을 듯 싶어서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갖지만 결국에는 아버지를 병으로 잃은 제레미는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야 하는 아픔과 힘든 삶에 대한 할아버지에게 해답을 구한다. 삶은 이면이 있어서 슬픔과 기쁨, 고통과 환희, 불안과 안정 등 하나가 있고서야 다른 하나가 있으며, 인생의 초행길에 들어선 청년의 경우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나이든 노년에는 하나의 풍경처럼 보이는 무엇인가 있는데, 그것은 말로 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하나하나 경험하면서 ‘터득하고 이해하고 깨닫는 것’으로 설명한다. 그냥 되는 대로 지켜보거나 흐르는 대로 두는 게 아니라 그 문제에 부딪히고 깨지더라도 그만한 값을 한다는 것이다.

    ‘목각사와 율법낭독자’가 편안한 여행길을 가다 어두컴컴한 숲을 만났을 때, 숲 입구에 머문 율법낭독자는 아무경험도 없이 그 자리에 초조함과 불안함 가득한 채 있는 반면,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든 대처하겠단 각오를 하고 숲길을 지난 목각사는 축적된 경험과 원하는 최종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는 예화, ‘지켜보는 사람’은 인생에서 방관자로써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는 예화, ‘오래 걷는 사람’은 죽기 직전의 극한 상황에서도 마을 사람들을 살리겠다는 의지 하나로 약을 구해 마을 사람도 살리고 자신은 눈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왔다는 예화, ‘홀로 서 있는 사람’과 ‘3인의 구혼자 이야기’처럼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순간에 한 발짝을 내딛고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하지 않은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예화 등, 공감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다. 게다가 각 장의 첫 장에 있는 삽화는 생각을 정리하게 해준다.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책을 볼 수 있도록. 

    흔히, 한 번 읽고 잘 안 읽는 책이 있는가 하면, 한 번 읽고 언젠가 다시 한 번 꺼내어 읽는 책이 있는데, 아마 이 책은 후자가 아닐까 싶다. 항상 삶이 좋은 일만 그렇다고 나쁜 일만 있을 수는 없고, “계절이 해(亥)가 되고, 인생이 되듯”이 하루에도 내 의지로 또는 타인으로 인해 마음이 다치기 쉬운 때, 그리고 ‘왜 살지? 무엇을 위해 살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마지막에 ‘늙은 매’가 얘기해주듯 “그래도 계속 가라(Keep Going)”라는 명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계속 가다보면, 내가 지향했던 그 무엇이 있을 수도 있고, 막연하게 생각한 내 인생이란 명작이 불후의 명작이 될지 그냥 그저그런 그림 한 장이 될지 알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