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젊은 시절에 방랑을 하면서 저녁 무렵 해가 지자마자 서쪽 하늘에 초등달과 더불어 나타나던 정다운 나의 별을 기억하고 있다. 벌써 경험한 사람들이 많겠지만 땅거미 질 무렵은 세상이 가장 적막하고 고즈넉해지는 순간이다.
페이지 : 286(작가의 말 中에서)

   

   이 책은 ‘준’과 그의 친구들 ‘영길’, ‘인호’, ‘상진’, ‘정수’, ‘선이’, ‘미아’가 고등학교 때부터 20대 초까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 중학교와 고등학교 입시가 어려웠던 세대, 격동적인 사회변화 속에 정치적, 사회적 풍파가 거셌던 세대들이 사회 안에서 혹은 가이란 울타리 안에서 순탄하게만 걸어갈 수 없었음을 보여준다.

  처음에 기대했던 ‘개밥바라기 별’이란 제목이 주는 정다움이나 따뜻함보다는 ‘개밥바라기 별’로 불리는 시간적 상황이 글과 맞아떨어짐에 좀 당황하기도 하였지만, ‘그 시대라면...,그 세대라면...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이 공부에 하고싶은 일을 하다가도 절대 공부에는 손해를 끼치지 않으며 사회적 지위를 추구하는 친구들을 ‘어린 신사들’이라고 부르는 반면, 준과 그의 친구들은 휴학도 하고, 무전여행, 자퇴 등 제도적 교육 입장에서 문제아라고 볼 수 있는 것에서 똑같은 금성이지만, “잘 나갈 때는 샛별, 쏠리고 몰릴 때는 개밥바라기”라고 하는 대위 장씨의 말이 확연히 나타난다. 어쩌면, 제도권 교육을 받은 무리를 크게 세 무리로 나누면, 위의 두 무리와 이도 저도 아닌 중간무리까지 세 무리가 아닐까?

  준이 고등학교 입학까지는 나름대로 제도적 교육에 순응하면서 지내지만, 공부보다는 하고 싶은 일, 자신을 더 사랑하고 챙기는 일에 몰두하면서 국내 무전여행을 다니거나 집에서 글을 쓰거나 출가를 하려고 했던 일들은 보다 일찍 세상을 보게 했고, 다시는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는 세월이 흘렀다.

  어쩌면, 준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심리적 지원군은 그의 어머니였을지도 모른다. 戰後 전형적인 어머니로 비춰진 준의 어머니는 가족을 신경쓰지 않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아이들의 교육을 우선하는 어머니이다. 아버지가 남겨두고 가신 재산을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많이 잃기도 하지만, 자식에 대한 애정, 특히 맏아들에 대한 애정은 준이 학교를 그만두었다가 다른 학교에 다시 다니게 하고, 준이 자살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글에 짧은 글이나마 어머니에 대한 죄송함을 표현하게 한다. 특히 준과의 대화는 거의 단절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아들이 “밑바닥까지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믿음을 주는 데서는 지금이나 그 시대나 모성이 지닌 믿음의 동일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성장소설이라 하면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소나기’처럼 순수함과 아련함, 애틋함을 생각했는데, ‘개밥바라기 별’을 통해 사춘기 마지막 즈음에 겪는 성장통과 어른의 문에 들어서기 전에 겪는 통과의례를 볼 수 있었고, 순간순간 ‘말죽거리 잔혹사’의 제도권 교육에서 물러나 재수하는 주인공이 버스에서 고등학교 때 만났던 여자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이 생각났다.

  물질적인 풍요속에서 10대를 보낸 우리 세대가 과연 지난 세대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특히, 10대들이 지닌 문제는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의 문제이기도 하며 미래의 문제이기도 할 때, 공감대를 얼마나 형성할 수 있는가 궁금했으나, 지난 세대의 선택을 수긍하게 하는 요인들도 충분하고, 그랬을 수 있다는 개연성이 이해의 폭을 넓게 해 주었다.

  ‘바리데기’가 남북의 차이에서 오는 공간적 괴리감을 한 소녀의 성장을 통해 극복하게 했다면, ‘개밥바라기 별’은 세대차이에서 오는 이해의 미숙함을 준의 모습을 통해 다소 완화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