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산의 시를 우연히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이런 소재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삶을 보는 시각이 어떨지 궁금했다. 그리고, 시집을 펼치다가 그만 읽은 적이 있는 것 같다(기억이라 가물가물~). 시가 무섭다는 생각이 구체적으로 든 건 기형도 시인 이후 처음이었던 것 같다.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소설보다 시가 무서운 건 말의 응집과 축약에 무한대의 상상력이 더해지기 때문에 읽는 사람이 느끼는 공포감이라는 게 있다. 물대포 맞는 사람들을 보는 것보다 더.

 

    책 제목과 같은 시가 있는 지 우선 찾았다. 그리고는 이 시집은 덜 혼란스러워하며 읽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다 읽은 느낌부터 말하면, 지난 3-4년간 겪은 한국사회의 모습이 여러 소재와 상황, 장소와 시간의 울타리를 넘어 이 한 권에 보여준다는 것. 서정시처럼 농축되지 않아서 이해하기 쉬울 것 같은데, 막상 읽으면서 서사적 이야기 속에서 2-3행의 말이 그 시의 느낌을 강하게 전하고 진짜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오늘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윤리 선생님처럼 제시한다는 것. 윤리라는 과목이 이론과 실제가 일치해야 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것처럼 이 책에서 말하는 사회에 대한 시선, 그 곳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나약함과 지향성의 고민은 절절하다.

 

    어둠은 힘들고 지치고 나약하며 끝이라는 이미지라고 생각된다. 보통은. 그런데, 이 시집에서 보이는 어둠은 좀 다르다. 숨쉬는 생명력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서 한 발만 내딛으면 밝음의 순간으로 넘어갈 것 같은 희망. “늙지 마라 / 어둠도 태어난다(내가 계절이다)” “출가보다 아름다운 일이 / 인간의 삶 속에 있었으리라고 나는 믿고 있다(생과 사의 다리)” “빛이 내어나는 곳 / 어둠도 태어나는 곳을(저 너머 이곳)”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현장이 종교이며 신앙이고 생명력이 있는 곳이라는 것. 이 시인의 시를 보면, 오르세 미술관의 아름다운 작품들 사이에 있는 <마루를 닦는 사람>(이것도 제목이 가물가물~)이 생각난다. 건강한 노동이 주는 신성함과 성실함을 통해 보는 사람이 느끼는 경건함. “시골 장거리에 예배를 드리러 가야겠다(예배를 드리러)” “그래서 나는 습관처럼 인간의 가장자리 사회의 가장자리 / 그 모든 가장자리를 그리워한다네(그 모든 가장자리를)”

 

    그런가 하면, 블랙코미디를 보고 웃을 수 있는 웃음코드가 지닌 미학도 있다. “도둑만이 자유롭고 건전하다(주인님이 다녀가셨다)” “어질기만 해서 사람 노릇 못해,(어진 사람)” “적은 나의 포도나무요(적은 나의 구원이오)” “범죄와 배신과 면죄와 다시 배신으로 지켜내는 체제가 있으니(체제)” “미국에도 환경부가 있다니까요(우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