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하나의 큰 그림은 생각나도 자잘한 것들에 대해서는 놓치거나 잊으며 살 때가 많다. 6월 29일 아침에 눈에 들어온 신문 한 자락에 있던 김구의 이야기. 안두희라는 이름과 함께 있던 그의 이름. 그 시대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 생의 마지막이었기에 ‘풀리지 않은, 여전히 궁금한’이라는 말이 붙어도 그 사람의 인간됨과 삶의 지향성에는 의문을 품을 수 없는 사람. 그래서, 다시 펴들었던 책. 확실히 요즘 책들과는 생경한 느낌이어서 읽는 데 조금은 시간을 거슬러 찾아가는 느낌이 가득하다.

 

    다른 책들도 많은데, 이 책을 구입했던 까닭은 각주로 어려운 말이 풀이되었기에 읽기에 편함이었을 것이다. 예전에도 같은 느낌이었는지 모르지만, 한 사람의 생애를 돌이켰을 때, 이 시대의 사람들이 경험했던 실제, 가치, 정향, 국제관계에 대한 시선만큼 파란만장한 시기가 또 있을까 싶다. 청년기 때의 동학 이야기는 전봉준과 아우래비 접동을 불러야 할 것 같고, 고종의 이야기까지 나왔을 때는 사면과 관련한 기준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생각하고, 국사책자락에서 많이 들었던 단어들이 나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때는 이미 청과 중국의 사이를 왔다갔다 할 수 있게 된다. 김구와 함께 했던 이념적 동지들, 그들의 이름이 이 책속에 남아서 그 시대에 꿈꾸었을 희망과 겪었을 고난을 함께 생각한다.

 

    김구와 백범. 이 속에 담긴 의미들을 새삼 다시 확인한 것도 이 책을 읽은 큰 자산이다. 백정과 범인. 특별하지 않고 오히려 비루해서 특별했을 그 시대의 사람들을 대표하고 그 사람들까지 나라의 독립정신이 깃들기를 바랬던 사람. 이런 정치인이 또 있을까? 생각을 굽히지 않고, 자기의 세력을 옹호하기 위해 고집부린다는 인상이 남아있는 다른 견해들도 있지만, 큰 위치나 큰 돈을 바라지 않고 ‘하나된 조국’을 꿈꾸며 독립이란 단어가 그의 이름과 동급이게 만든 사람.

 

    요즘처럼 만혼이 대세인 때도 없다 하지만, 이 책을 남긴 까닭을 보면서 막연히 웃음이 나왔다. 요즘처럼 대학에 보내려면 일흔까지 학부모였어야 한다는 생각에. 쉰셋에 열 살과 일곱 살인 아들에게 아버지의 지난 길을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 어쩌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흐트러지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의 정신. 뉴스에 나오는 거침없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 시대에 부모가 이렇게 글로 남길 수 있는 가치가 과연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