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얻기 위한 득점은 그렇게 몇 점씩이나 필요 없다. 견실한 수비로 상대방을 무득점으로 막아낼 수 있다면 단 1점이어도 충분하다(p.176)."

 

   이 책, 기다렸다. 대충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저 야구경기와 경기 주변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들이 주는 피상적인 이야기들과는 다를 것 같아서. 예감이 맞았다. 이 책, 읽은 사람만이 이야기가 주는 속도감과 감정적 굴곡을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야구가 좋은 사람(하는 것, 보는 것 등)은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모든 운동은 구단주와 사장, 프런트와 벤치의 사람들, 그라운드와 그라운드 밖, 비시즌(스토브리그같은)도 시즌의 연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사람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를 향해 배아파하지 않고 진짜 박수를 보내게 된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다소 어렵다. 팀 이름들과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하기 어려우므로. 그래도, 이 책 덕분에 한 명은 검색해 봤다. 히로오카 타츠로.

 

    "엔젤스, 이제 그만 포기하시죠(p.16)." 회사 임원들에게 20년동안 이 말을 듣는 구단주.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인간과 개인적 교류를 갖는 것을 생리적으로 싫어하는(p,24)." 타츠로 감독.  

 

    장훈 선수의 이름도 초반부터 각주로 있어서 그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롭다. 그리고, 이야기의 전개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겹쳐지는 즐거움과 난감함 또한 느낄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 소설과 현실이라는 차이에도 이 이야기가 실제처럼 느껴지는 건 미국보다 반세기 이상 짧은 한국 야구의 역사가 그만큼 다사다난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어떤 구단주에게, 어떤 감독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을 것인가? 어떤 선수의 이름을 들을 때 가슴이 뛰면서 삶의 의지를 새롭게 할 수 있을까?

 

    단순한 성공공식의 이야기라고 해도 괜찮다. 야구라는 무대를 통해 성공의 기운을 느낄 수 있고, '이런 지도자 혹은 인생 선배, 동료'를 만나는 행운과 축복이 있을 수 있길 꿈꿀 수 있기에.^^

 

    그리고, 역자후기에 자신을 야구규칙을 어느 정도 아는 야구 문외한이라 표현했는데, 지나친 겸손이다. 표현력이 정말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