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제목이 언젠가 한 번은 바뀔 것 같다. 책 내용은 좋은데, 제목이 무엇을 말하는지 몰라서 이제 읽었다. 시간이 지나거나 출판사가 바뀌면서 제목이 한 번쯤은 바뀌는데 이 책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책의 분량에 처음에는 멈칫!했다가. 생각보다 소제목이 분절화되지 않은 상태로 무엇인가 말하려는 듯 해서 읽었는데, 이 책에서 초조대장경을 만났다.

 

    이 책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은데, 도굴꾼이 주인공이다. 어쩌면, 이 세상을 움직이는 밝은 세상 이면에 자리잡은 사람들이 초조대장경의 존재를 찾아 나서면서 일어나는 일인데, 지루하지 않다. 500페이지 분량이면 2권으로 나눴을만한데도 한 권으로 한 것은 나누기보다 한 권으로 말하고 싶은 끈끈함이 있지 않을까?

 

    아무리 문화재에 관심이 없어도 작년에 합천 해인사가 일부 개방했던 것은 기억할 것이다. 그러면서 이야기된 부분이 대장경이었다. 그 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지났는데, 이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종교인이 달리 보인다. 소설 속에서 만해가 나온 그 순간에는 소설 이야기와는 다른 측면으로 숙연해지며 경건해지는 것도 아마 이런 맥락때문일 것이다. 호국불교의 맥이 이어지고, 단순히 구도자여서가 아니라 종교와 국가관의 일치, 거란, 몽골, 왜란, 일제로 이어지는 나라의 어려운 시기에 정신이었고 실존이었던 초조대장경, 그리고 사명대사의 모습이 단순히 이야기로만 비치지 않는다.

 

     소설은 확실히 허구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문화재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는 것,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그 무엇, 우리의 것을 진짜 우리의 것으로 남기고 기억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저 손가는대로 쓴 책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시간적 앞뒤구성을 움직이고, 인물설정을 매력적으로 넣기는 했겠지만, 가족애, 국가애, 종교애를 적절하게 섞어 일본과 한국의 공식적, 비공식적 이해관계를 교묘하게 풀어낸 괜찮은 역사추리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