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많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하나하나 묘사하지 않고도 세밀한 감정선을 서술하지 않고도 느낌이 피어나고 자라나고 풍성하게 되는 것. 그게 이 책의 매력이다. 뭔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그리고, 이스트가 가득 들어간 식빵처럼 부풀어오른다.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배우자의 이름으로 내 삶을 표현한다. 그래서, ’이렇게 살아갈 수도 있구나!’라는 느낌이 온다. 시인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사람의 삶이 하루에도, 일주일에도 몇 번이고 변한다. 생각과 느낌까지 합하면 그 몇 배일 것이고. 날씨나 주변상황 요인까지 고려하면 ’내가 나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수십년의 삶과 사랑을 기록한다. 사랑이 분홍빛의 꿈결인 듯 싶다가도 현실이고, 처절한 것. 부족한 한 사람이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느낌의 공간. 

       어쩌면,  사랑은 진짜 모범답안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자신에 맞는 Only OMR 카드처럼. 그 공간에 적절한 답을 선택하는 것도 자신뿐일 것이며, 이 책을 읽으며 느끼는 감정 또한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도 모르는 새로운 공간에서 창조된 시어의 나열속에서 발견한 느낌. 삶과 사랑이 조심스레 펼쳐진다. 시의 느낌을 어떻게 문장으로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십수년의 시간이 공간의 이동에 따라, 마음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묶였다 풀렸다 흐드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