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불이 왕이 된다. 창조리는 국상으로 조용한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낙랑이 축출되기 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삼국지와의 차이를 이야기하려면, 문체가 현대적이라는 것. 그리고, 한국인 생각이 담겨있고, 한국인의 시각에서 한국의 역사를 보았다는 것. 그래서, 이야기가 잔잔한 듯 하면서도 웅장하고, 애닯으면서도 비장하다. 

      중국작가가 고구려를 이야기했으면, 아마도 중국변방국 중의 한 나라의 이야기를 그렸을 것이다. 그래서, 그 느낌이 낙랑의 고구려인들이 느꼈던 비애감 같은 걸 제대로 전해주지 못했을 듯 싶다. 삼국지 한 권의 느낌이 주는 무게에 비하면, 고구려 한 권의 물질적 무게는 가볍다(나만 그렇게 느꼈는지도...). 그런데, 이야기 구조의 복잡성과 인물들의 평은 ’반드시 읽어야 할’이 붙는 역사소설과 비교할 수 없다(아직 이야기가 다 나오지 않아서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지만...).    

       신파적일 수도 있다. 익숙한 만연체에 익숙한 중국역사소설에 비하면 가볍다고 생각될 수 있다. 많은 책의 홍수물결속에서 세련된 표현, 반전과 반전에 익숙한 story-telling에 익숙해져있기에. 그래서, 처음에 고구려를 읽었을 때, 담백한 돌솥비빔밥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다양한 색채, 다양한 맛이 들어있지만, 결코 화려하다고 할 수 없고, 일단 미각, 후각이 동시에 반응되는 그 느낌. 

       고구려는 광개토대왕, 장수왕은 필수고, 미천왕, 동천왕, 고국천왕, 고국원왕 정도는 선택으로 인지되고 그 외는 그냥 대강 아는 분위기. 이러한 분위기에서 역사속 왕들을 현재로 한 명씩 불러내어 인지시켰다는 점이 새롭고, 고맙다. 사료가 있어도 다른나라 문헌과 비교하고 고증하고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걸 알기에. 단순히 조선후기 이야기가 아니므로. 

        왜 하필 고구려인가?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의 고대사는 중국의 변방민족사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중국 사학계의 최근 5-10년간 동향이 신문에 보도된 것만 기억해도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르니까. 최소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우리 역사를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에서의 을불은 사람이다. 리더로 한두사람쯤, 혹은 수 만명을 위해 몇백명쯤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장군들이 많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소설 속 을불은 자신의 성격과 성질을 보완해줄 수 있는 여러 모사들을 만날 수 있었음에 진짜 행복한 사람이었으리라. 

        양운거. 고노자. 요즘 세상에서 잘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내가 예전에 그 때 당시에는 옳다고 믿었던 신념때문에 지금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은인자중하는 사람. 지금은 서로 이름을 알리려고 하기에 뭔가 더 소란스럽고 복잡하게 느껴지기에 그래서, 진짜 필요한 역할을 다하고 사람의 삶을 살다가 간 그 사람들이기에 연민과 존경이 함께 드러난다. 

        미천왕이 낙랑의 고구려 유민을 생각하고 전쟁을 준비한 10년이 비교적 짧게 그려진다. 그런데, 고구려 그 긴~역사에 목표만 생각하고 보낸 10년은 하루하루로 기억되기에는 처절하고 분주했으리라. 

        고구려! 개마기갑의 무용을 떨쳤고 방진의 끝에서마저 살아남았던 민족! 점점 '우리'의식이 확대되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